서아프리카의 작은 섬나라 상투메프린시페가 대만과의 국교 단절을 선언하면서, 대만에서 국민당 집권 이후 한동안 ‘휴지기’였던 중국과 대만의 외교전쟁이 다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이번 단교는 시기상 중국의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이 맺은 ‘결실’일 가능성이 있다. 상투메프린시페가 대만과의 단교를 선언한 21일은 차이잉원 총통의 중미 순방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다. 차이 총통으로선 전세계 21곳밖에 되지 않는 수교국 방문을 위한 여정에 오르기 직전에 뼈아픈 외교적 패배를 먼저 겪게 된 셈이다. 이는 2008년 마잉주 전 총통 집권 뒤, 이전까지 중국과 대만이 서로 제3국에 달러를 퍼부으며 상대와의 단교를 종용했던 ‘외교전쟁’이 중단된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중국은 독립 추구 성향인 민진당 집권에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중국 정부가 상투메프린시페에 경제 원조를 약속했을 거란 의혹도 제기한다. <중국시보> 등 대만 언론은 22일 상투메프린시페가 대만에 2억1천만달러(2516억원) 규모의 지원을 요청했으나 대만이 거부해 국교 단절로 이어진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상투메프린시페는 1975년 포르투갈에서 독립하면서 중국과 수교했고, 1997년 대만과도 국교를 맺으면서 중국과 단교한 바 있는데, 이번에 다시 중국 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경제 지원 여부는 물론, 향후 수교 여부도 언급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차이 총통이 이달 초 전화통화를 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이 흔들린다는 우려가 일어난 이후 중-미 간에 형성된 긴장도 외교전쟁을 부추기고 있다. 호재를 만난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소리 높여 외치면서 대만을 압박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2일치 <인민일보> 인터뷰에서, “중-미 양국은 상호 존중하고 서로의 핵심이익 및 중대 관심사를 돌봐야만 장기간 안정적 협력이 있을 수 있고 상호 이익 및 ‘윈윈’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왕 부장이 말하는 ‘핵심이익’으로서 대표적인 것들이 곧 대만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남중국해 문제, 사드의 한국 배치 등이다.
막강한 경제력을 갖추게 된 중국이 적극적으로 외교전쟁에 임한다면 대만으로선 ‘단교 도미노’에 직면할 수도 있다. 중미·카리브해에 집중된 대만 수교국 가운데 과테말라, 니카라과, 파나마, 그리고 유럽의 유일한 수교국 바티칸 등의 단교가 이어질 거란 관측도 이미 나온다. 장야중 국립대만대 교수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앞으로 베이징은 대만의 수교국을 끊어내는 데 매우 공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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