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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베이징 최악 스모그에 ‘탈출 행렬’…항공편 동나

등록 2016-12-20 15:33수정 2016-12-20 21:53

‘적색경보’ 5일째…초미세먼지 권고치 40~50배 웃돌아
하이난성 등 남쪽행 비행기 거의 매진…국제선도 북적
최악의 스모그(우마이)가 엄습한 20일 오전 중국 베이징 시내는 온통 뿌연 회색 빛이었다. 어디서든 눈에 잘 띄어 ‘랜드마크’로 불리는 높은 건물들도 먼지 속에서 형체만 어렴풋이 보일 정도였다.

거리에 나온 대부분 시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왕아무개(23)는 “친구들은 죄다 우마이 얘기 뿐”이라며 보여준 자신의 웨이신(위챗) 펑유취안(중국 최대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희뿌연 도시 사진으로 가득 찼다. 그중 누군가는 “아침에 쓰고나온 마스크”라며 하얀 마스크 곳곳에 검정색·회색 얼룩이 생긴 사진을 올렸다.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는 스모그에 서리까지 겹쳐 가시거리가 300m로 줄면서 이날 오전 현재 180편의 항공기 이착륙이 취소됐다. 21일까지 베이징의 유치원과 각급 학교에 휴교령 및 탄력수업 지시가 내려졌고, 베이징시 당국이 차량 홀짝제를 시행하면서 시내는 한산해졌다.

스모그는 수치상으로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중국식 대기질지수(AQI)는 줄곧 350~400 범위를 오르내렸다. ‘300 이상’은 최고 수준의 오염 정도로, 건강한 사람들도 일상생활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지수는 새벽 1~2시께 400을 넘었고, 집집마다 공기청정기가 거센 소리를 내며 작동해 많은 이들의 새벽잠을 깨웠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초미세먼지(pm2.5) 수치도 하루종일 ㎥당 400㎍ 수준을 넘나들었고, 때론 500㎍에 육박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연평균 권고치(10㎍/㎥ 이하)를 40~50배 넘어선 수치다. <신화통신>은 19일 허베이성 스자좡에서 이 수치가 권고치의 100배인 1000㎍/㎥까지 치솟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초미세먼지 수치가 301~500㎍/㎥이면, 심폐 기능 저하에 따른 사망률이 높아지고, 모든 연령층의 호흡기 질환이 우려되는 수준이다.

베이징에서는 스모그를 피해 맑은 공기를 찾아 남쪽으로 대피하는 피난여행도 줄을 이었다. 온라인 여행예약 사이트인 취날왕은 중국 남부, 동부 해안지역으로 떠나는 여행객들이 적색경보 발령 이전에 비해 3배로 늘었다고 밝혔다. 하이난성, 윈난성, 푸젠성 등 남쪽으로 떠나는 비행기 좌석은 거의 매진됐고, 국제선 항공편도 북적이고 있다.

스모그가 결국 개발·성장 위주 정책의 산물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웨이런민푸우’는 원래 ‘인민을 위해 일한다’(爲人民服務)는 뜻으로 중국 당·정·군이 모두 즐겨쓰는 문구지만, 몇해 전부터 중국 누리꾼들은 ‘무(務)’를 ‘안개 무(霧)’로 바꿔 바꿔 ‘인민에게 스모그를 먹인다’(?人民服霧)는 뜻이라고 자조해왔다. 최근 쓰촨성 청두에서는 대기오염 관리 부실에 대한 항의 표시로 시내 동상 등에 마스크를 씌우는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번 스모그는 적색경보가 해제된 다음날인 22일부터 완화될 것으로 기상 당국은 전망하고 있다.

베이징/글·사진 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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