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전화통화 이후 거세게 반발하는 중국이 미국 차기 트럼프 행정부를 곤란하게 만들 수 있는 ‘반격 카드’를 12일 소개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대만’을 지렛대로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면, 중국은 △무역·투자 △북한 △기후변화 △대만 △이란이라는 5가지 지렛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은 지난 9일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를 방문한 트럼프가 연단에서 미소짓는 모습. 그랜드래피즈/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하나의 중국’ 정책 훼손 논란 등으로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이 미국 자동차 기업의 독점 행위를 적발해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가격감독 및 반독점국의 장한둥 국장은 14일 보도된 <차이나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기업이 중국 내 대리점에 2014년부터 구두 및 전자우편을 통해 고정가격 책정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기업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장 국장은 미국에 대한 보복조처 가능성을 의식한 듯 국내외 기업이 동등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 반독점 조처를 자국업체 보호 수단으로 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외국 기업들도 중국의 국내 법규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처는 지난 2일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전화통화 이후 중국이 강하게 항의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이틀 전인 12일에는 중국이 반덤핑 판정 방식과 관련해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도 했다.
두 조처가 전적으로 ‘보복성’이라고 단정하긴 힘들다. 하지만 언론에선 미국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처를 촉구하는 노골적인 목소리가 거세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계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 매장이 중국에 2500여곳 문을 열 정도로 성행하고 있지만, 트럼프 때문에 앞으로는 영국계 ‘코스타 커피’에 중국시장을 내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환구시보>는 미국 보잉 여객기 주문을 프랑스 에어버스로 돌리고, 미국 자동차와 아이폰, 미국산 콩 및 옥수수 수입에 제재를 가하는 ‘보복’을 거론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중국의 급소인 대만 문제를 취임도 하기 전에 공격적으로 꺼내들자 중국이 당황한 모습이다. <환구시보>는 13일 “트럼프의 일련의 발언은 전략적으로 중국을 얕보는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에 공갈 협박 카드를 던진 셈”이라며 “중국은 대만독립 세력에 대한 응징을 시작해야 하며 여기에는 무력을 통한 대만 수복도 선택 사항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스위스를 방문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전날 “차이잉원 당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어떤 사람, 어떤 세력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파손하려고 시도하고 중국의 핵심 이익을 훼손한다면 결국 돌을 들어 제 발등을 찍는 격이 될 뿐이다”고 말했다. 사진은 12일 스위스 베른에서 왕이 부장(왼쪽)이 스위스의 요한 슈나이더 암만 대통령을 예방해 악수하는 모습. 베른/신화 연합뉴스
<환구시보>는 14일 사설에서 “트럼프가 최근 여러 차례 ‘하나의 중국’ 정책을 공격하는 표현을 쓴 데서 보듯 미국은 여전히 중국에 오만하며, 이런 오만의 연원 가운데 가장 큰 것은 미국의 군사적 우세”라며, 군비 증강과 추가 핵 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사설은 “중국 국방예산이나 유효 국방력은 아직 미국이 진정으로 위협을 느낄 정도가 아니다”며 “중국이 (미국과) 대국 대결 들어갔음에도 최소한의 핵반격 능력조차 부족하다. 핵능력에선 미국과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도로 에이브러햄 덴마크 미 국방부 차관보는 13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해 중국의 무력 사용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대만의 국방예산 증액을 주장하는 등 미국과 중국의 대립 양상이 군사 부문까지 확장되려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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