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성 판다 보호시설에서 대나무를 섭취하고 있는 판다. 한겨레 자료사진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 판다의 배설물을 종이로 만드는 기술이 종이의 본고장에서 개발돼 흥미를 끌고 있다.
중국 산시(섬서)성의 치량촌에서 종이 제작시설을 운영하는 초등학교 교장 출신 류샤오둥(68)은 2년 동안의 연구 끝에 판다의 배설물과 뽕나무, 키위 덩굴 등에 온천수를 배합해 종이를 만드는 방법을 만들어냈다고 관영 <차이나 데일리>가 28일 보도했다. 류샤오둥의 공동 작업자인 류제(66)는 “동물 배설물을 쓰면서 우리는 종이 제작 과정에서 대나무나 다른 나무들을 베지 않고 화학물질을 쓰지도 않아, 환경을 보호하게 됐다”고 말했다.
마을 인근의 판다의 주요 서식지 친링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힌 류샤오둥은 “그곳(친링산)에서 판다 똥을 많이 봤는데, 종이로 만들 수 있을지가 궁금해졌다”며 “판다는 대나무를 하루 35㎏ 가량 먹지만, 영양분은 그중 30%를 섭취할 뿐”이라고 말했다. 대나무에 포함된 각종 양분 가운데 70%는 고스란히 배설된다는 뜻이다. 그가 문의했던 친링산의 판다 보호시설 쪽도 판다 배설물은 묻거나 태우기만 하던 터라, 흔쾌히 ‘배설물 제공’에 동의해 결국 개발에 성공했다.
‘친환경 판다 종이’가 개발된 치량촌은 특히 종이를 최초로 만든 중국 후한의 환관 채륜(61~121)의 고향으로 추정되는 곳이어서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치량촌 주민들은 고대로부터 종이 제작시설을 운영하면서 기술을 대대로 전승해왔고, 이곳 출신인 류샤오둥이 운영하는 종이 제작시설 또한 작두와 참빗 형태의 기구 등 전통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고 <차이나 데일리>는 전했다. 이 시설의 이름도 ‘채륜 종이 제작원’이다. 중국은 나침반, 화약, 인쇄술과 더불어 종이를 ‘중국 4대 발명품’ 중 하나로 일컫고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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