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자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자국산 제품에 대해 45% 관세를 매기겠다는 공약을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가 현실화할 경우 보복에 나서겠다는 뜻을 미국에 통보한 것으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페니 프리츠커 상무장관의 말을 인용해 23일(현지시각) 전했다. 사진은 이날 중국 베이징의 신문 가판대에 트럼프 당선자를 표지 모델로 한 중국 잡지들이 놓여 있는 모습. 베이징/AFP 연합뉴스
미국이 2000년 이후 중국과의 교역을 늘리면서 미국내 백인 중년 남성들의 자살률이 증가했다는 보고서를 둘러싸고 미-중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이코노미스트 저스틴 피어스와 피터 쇼트 예일대 교수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과의 경쟁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산업체들이 위치한 미국내 지역에서 백인 남성들의 자살률 증가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무역 자유화와 죽음, 미국 지역의 증거’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이런 경향은 (시장 개방에) 더 노출된 지역일수록 제조업 분야가 상대적 고용감소를 겪는 것과 일치한다”며 “이 영역(제조업)은 곧 백인 및 남성들이 고용되는 분야”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와 공동연구자 앤 케이스의 연구가 1999~2014년 미 백인 중년층(45~54살)의 사망률이 10만명당 연간 134명 증가했다고 보고한 데서 착안해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당시 디턴·케이스의 연구는 자살과 약물남용을 배경으로 지목한 바 있다. 이번 연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2000년 미국이 중국에 ‘항구적 정상무역관계’ 지위를 부여한 이후, 미국내 중국 수입품 증가, 그에 따른 중공업 등 미국내 산업 쇠퇴와 일자리 감소가 연관됐다고 주장했다.
보고서 내용은 최근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중국이 일자리를 뺏아간다’며 유권자들의 심리를 자극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중국이 우리를 죽인다”고까지 했던 그의 발언이 사실이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에 중국은 발끈했다. <환구시보>는 25일치 사설에서 “(미국 실직률 증가의) 근본 원인은 산업의 진보와 세계화의 발전”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기업들이 이윤을 찾아 다른 나라로 생산 기반을 옮기다보니 미국인들의 실직은 불가피했을뿐, “중국이 아니었더라도 다른 나라 또는 로봇이 (일자리를) 가져갔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일자리를 도로 가져오겠다며 이를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했지만, 연구진은 “우리는 무역에 의한 생산성 향상과 가격인하를 늘 바란다”며 트럼프의 구상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쇼트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대안으로 “실직 노동자들이 성장하는 경제분야로 이직하는 데 초점을 둔 재교육”을 강조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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