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중국

남중국해 갈등 빚던 중-필 ‘봄날’ 왔다

등록 2016-10-20 22:02수정 2016-10-21 08:23

중국을 방문 중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2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중국을 방문 중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2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두테르테-시진핑 정상회담
“남중국해 양자협상 재개”
필 실용주의와 반미감정 배경
“겨울이 다 돼서 베이징에 도착했는데, 우리 관계는 봄날이다.”(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우리는 폭풍을 헤쳐나왔지만, 우의의 기반과 협력에의 기대는 바뀌지 않았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을 방문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20일 정상회담에서 따뜻한 인사를 나눴다. 시 주석이 말한 ‘폭풍’은 남중국해 문제를 가리킨 것이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봄날’이란 표현으로 순탄한 앞날을 약속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수백년 동안 중국은 필리핀의 친구였고, 우리 관계의 뿌리는 매우 깊고 쉬이 끊어지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중국에 한껏 기울어 있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은 그가 미국에 선을 긋고 있는 태도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는 이날 기업인 간담회에서 “미국으로부터의 분리”를 언급했고, 하루 전 베이징의 필리핀 교민 대상 연설에선 미국을 향해 말하는 형식을 빌려 “당신네들이 우리나라에 머무는 것은 당신네 이익을 위한 것이다. 그러니 친구, 이젠 ‘안녕’이라고 말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 6월 말 취임한 그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을 뺀 첫 방문국으로, 동맹국인 미국이 아닌 중국을 택한 터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행보는 국내 반미감정에 힘입은 실용주의 노선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2011년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 시절 시작된 남중국해 분쟁 이전으로 상황을 돌려, 각종 잃어버린 기회를 되찾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류전민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이날 정상회담 뒤 기자들에게, 양국이 5년 전 합의했으나 중단됐던 양자협상을 재개하고 외교 및 안보 분야 협의를 복원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날 양국은 경제·무역, 문화·관광, 마약 퇴치, 해양 등 13개 협력안에 서명했다.

필리핀에 팽배한 미국 식민 시절에 대한 반감은 두테르테의 이런 외교노선을 강화시키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 스스로도 어린 시절 미국 선교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식민지 시절은 잔혹했다”며 미국엔 필리핀 인구 절반을 죽여 생활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장군도 있었다고 전했다. 필리핀의 새로운 선택은 아시아를 둘러싸고 미국과 판짜기에 여념이 없는 중국으로선 분명 호재다. 중국은 두테르테 대통령을 파격적으로 예우하고 있다. 지난 18일 베이징에 도착할 때는 왕이 외교부장(장관)이 직접 공항에서 영접했다. 시 주석과 두테르테 대통령은 30분간 둘만의 시간을 따로 갖기도 했다. 중국은 필리핀 과일 수입 금수와 여행 자제 권고를 해제시키는 등 선물도 듬뿍 안겼다.

미국은 우려스러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양쪽의 ‘허니문’이 끝나고 냉정한 요구가 오가는 시기가 되면 원래 상태로 돌아갈 거란 관측도 나온다. 예컨대 중국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주변 어업권을 필리핀에 제공할 순 있지만 영토주권 문제가 불거질 위험이 언제든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 군이나 미국 쪽은 양국의 군사협력과 동맹에 전혀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단독] 중국 ‘금’ 린샤오쥔 엉덩이를 툭…밀어주기 반칙 정황 1.

[단독] 중국 ‘금’ 린샤오쥔 엉덩이를 툭…밀어주기 반칙 정황

쇼트트랙, 오늘도 금빛 질주…남녀 1000m·계주 중국과 격돌 2.

쇼트트랙, 오늘도 금빛 질주…남녀 1000m·계주 중국과 격돌

트럼프 “말도 안 되는 종이 빨대…플라스틱으로 돌아간다” 3.

트럼프 “말도 안 되는 종이 빨대…플라스틱으로 돌아간다”

한국, AG 첫날 금메달 7개 ‘콧노래’…2005·2006년생 ‘씽씽’ 4.

한국, AG 첫날 금메달 7개 ‘콧노래’…2005·2006년생 ‘씽씽’

500m 금 따고 통곡한 린샤오쥔…중국에 쇼트트랙 첫 금메달 5.

500m 금 따고 통곡한 린샤오쥔…중국에 쇼트트랙 첫 금메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