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아웅산 수치(왼쪽) 미얀마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 영빈관에서 회담을 하기 앞서 미얀마 관계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수치는 대통령은 아니지만 지난해 총선에서 자신이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이 압승을 거둬 실질적 최고 권력자가 됐으며, 중국은 17일부터 방중한 수치에게 정상급 예우를 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정상 외교“성공적 데뷔” 평가
수자원·반군 대응협력틀확보
수자원·반군 대응협력틀확보
18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미얀마 수자원 보호 등 협약식. 양국 담당 장관이 서명을 하는 동안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은 리커창 중국 총리와 나란히 뒤에 서 있었다. 서명을 마치고 네 사람의 악수가 번갈아 오간 뒤, 리 총리는 수치 자문역에게 ‘이제 끝났다’는 표시로 양손을 앞으로 들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어색한 미소를 보이던 수치 자문역은 리 총리의 안내에 호응했다. 수치 자문역이 중국의 손을 잡고 사실상 ‘정상 외교’에 공식 데뷔한 상징적 순간이었다.
수치 자문역이 닷새 동안의 방중 일정을 마치고 21일 귀국한 뒤, 그의 첫 외교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22일 ‘수치가 베이징 방문에서 외교의 명수임을 과시하다’라는 기사에서 “수치는 다시 한번 상황 판단이 빠른 정치 지도자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중국을 뒷배로 삼은 군부의 탄압을 받던 민주화 운동가였던 탓에 수치는 ‘친서방’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균형 외교’의 기틀을 잡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수치 자문역은 9월 미국 방문에 앞서 중국을 먼저 방문해 중국을 안심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 정부는 그의 방중이 1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밋손댐 등 수력발전 계획 중단과 관련한 평가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과의 합작 형태로 진행되던 중 2011년 테인 세인 전 대통령 시기 미얀마 정부가 중단시켰다. 현지 주민들은 수몰과 자원 착취 등에 반대했고, 여론은 중국에 대한 경제 종속을 우려했다. 비록 ‘건설 재개’ 결정은 아니지만, 사업 재평가 선언은 중국에 일단 긍정적 신호였다.
수치 자문역이 시진핑 국가주석으로부터 “미얀마의 평화 진전에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는 답을 얻어낸 것도 미얀마 정부에는 큰 성과다. 시 주석의 언급은 수치 자문역이 강조하는 ‘내전 종식’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수치 자문역은 오는 31일 중국-미얀마 접경지역의 중국계 등 소수민족 무장반군과의 평화회담을 앞두고 있다. 중국과 연계돼 목재, 보석 등을 거래해온 주요 무장반군 조직들은 수치가 중국을 방문한 18일 평화회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수치 자문역의 중국 중시 외교는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미얀마로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얀마는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미국 주도의 경제적·군사적 제재가 상당 부분 완화됐지만, 군부의 영향도 제재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탓에 중국은 한동안 미얀마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자 투자자 지위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전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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