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중국이 매립 작업을 진행 중인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를 미국 해군이 항공 촬영한 모습. 미국 해군 자료사진/VOA 갈무리
필리핀과의 남중국해 영유권과 관련해 지난달 국제사법재판소의 중재 판결에 대해 ‘2무2불’(효력·구속력이 없고, 접수·승인하지 않는다)의 입장으로 맹반발했던 중국이 정치적 논란이 적은 시기를 택해 남중국해에서 추가 매립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다음달 항저우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9월4~5일) 때까지는 ‘도발 행위’를 않겠지만, 11월8일 미국 대통령선거 전까지는 스카버러 암초(황옌다오)에서 매립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13일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정상회의에 참가하는) 강대국 지도자들 사이에 지역 평화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므로, 중국은 매립 계획(의 실행)을 삼갈 것”이라면서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퇴임 전 ‘유산’을 남기기 위해 국내 문제에 집중할 것이므로, 바빠서 지역 안보 문제에 신경쓸 겨를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최적의 시기를 꼽아가면서까지 스카버러 암초 매립 작업에 나서는 목적은 공군 역량의 증대라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다. 스카버러 암초에 활주로를 갖춘 기지를 지으면 중국 공군의 활동 가능 범위가 적어도 1000㎞까지 늘어날 수 있고, 여기에 더해 스카버러 암초가 속해 있는 매클즈필드뱅크(중사군도) 내에 조기경보 시스템까지 갖추면 괌의 미 해군기지를 관측 범위 내에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중국으로선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묘사했다. 스카버러 암초는 2012년 중국과 필리핀이 대치한 끝에 중국이 실효지배에 나선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은 이와 동시에 필리핀과 외교 접촉면을 넓히는 ‘양동 작전’을 펼치고 있다.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지난주 홍콩을 다녀온 피델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은 “필리핀 정부는 중국 정부와 평화·협력의 길을 개척하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상호 관심 사안을 정식으로 논의하는 자리를 희망한다”는 성명을 냈다. 그는 홍콩 방문 기간 동안 우스춘 중국남해(남중국해)연구원 원장을 만나 스카버러 암초 인근 해역에서 양국 어민들이 공동조업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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