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우주개발 당국이 10년 안에 달 표면에 국기(인공기)를 꽂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다.
현광일 북한 국가우주개발국(NADA)과학개발부장은 지난달 28일 “우리는 지구 관찰 위성을 개발하고, 위성을 궤도에 올려 통신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이 모든 작업은 달에 가기 위한 기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4일 평양발로 보도했다. 현 부장은 달 탐사 시기와 관련해 “10년 안”이라며,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우리 우주 개발 계획을 막으려고 하지만, 우리 과학자들은 우주를 정복할 것이고 반드시 달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깃발을 꽂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이 매체는 덧붙였다.
북한이 달에 국기를 꽂겠다는 계획에 대해 외부 전문가들은 “야심차지만,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에이피>는 전했다. 달에 실제 인간을 착륙시킨 것은 미국 뿐이지만, 무인우주선을 보내 국기를 꽂은 국가들도 있기 때문이다.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슨 맥두웰 연구원은 “기술적으로는 큰 진전이 될 것이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우주 개발에서 달 탐사를 시도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니다”라며 “5년 내 성공하는 것을 보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시도는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정적 관측도 있다. 독일의 북한 로켓·미사일 전문가인 마크 실러는 “내가 그동안 보아온 바로는, 북한이 정말 의지가 있다면 달 궤도 진입에 성공하는 데 10여년이 걸릴 것”이라며 “그러나 시도하다가 실패하면서 적어도 20년은 북한의 달 궤도 성공을 보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2012년 12월12일 발사한 광명성 3호와 지난 2월7일 발사한 광명성 4호 등 인공위성 2기를 궤도에 올려놓은 바 있다. 현 부장은 광명성 4호가 2513차례의 궤도 비행을 했으며, 발사 다음날 700장의 사진을 찍어 전송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광명성 4호가 하루 네 차례 북한 상공을 지날 때마다 지상으로 신호를 전송하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위성을 통한 농작물·삼림 정보 확보가 목표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인공위성 기술에 대한 전문가들의 판단은 유보적이다. 맥두웰 연구원은 “광명성 4호가 데이터를 전송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지만, 그렇지 않다는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 일각에서 북한의 우주 개발을 미사일 기술 개발로 보는 시각에 대해 현 부장은, “우주를 군사화하는 것은 미국”이라고 잘라말했다. 그는 세계 어느 곳, 특히 미국까지 보낼 수 있는 장거리 로켓 개발에 이미 성공한 북한이 더이상 우주 프로그램을 탄도미사일 개발에 이용할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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