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의 한류 콘텐츠 제재 내용을 보도한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의 누리집 갈무리.
한-미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한국 배치 결정 뒤 중국에서 한류 콘텐츠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고 있다는 관측(<한겨레> 8월2일치 1면)과 관련해, 중국 당국이 방송사들에 연락했다는 중화권 언론 보도가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2일 중국 광둥성의 지역 방송사 두 곳으로부터 관련 당국의 ‘명령’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이 인용한 방송사 관계자는 “그들은 ‘한국 연예인이 등장하거나, 한국 텔레비전 프로그램 저작권과 관련이 있는 신규 프로그램은 모두 보류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그들은 우리가 (한류 관련) 기획을 하더라도 (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들에게 ‘연락’을 한 곳은 중국 방송국에 대한 최상급 심의기관인 광전총국이었으며, 며칠 전 관료들이 방송국 관계자에게 구두로 전해온 사실이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중국 정부 당국이 직접 나서서 한국산 콘텐츠를 상대로 통제를 실시한다는 업계 관측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신문은 또 한국 드라마 배급업체 관계자를 인용해, 신규 승인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기존에 승인된 작품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당국으로부터 서면으로 된 금지사항이 나온 것을 본 적은 없다”면서도 “업계 사람들은 걱정이 크다.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와 관련된 건 어떤 일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신문은 당국의 이런 조처가 사드 배치 결정 뒤 한-중 사이에 형성된 긴장 국면과 관련이 있다고 관계자들이 말했다고 전했다.
또 인터넷매체 <시나닷컴>은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내 활동을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제재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면적인 출연 금지가 아니라, 텔레비전 프로그램 및 영화 출연,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 광고 출연, 홍보 활동 등 영역이 점차적으로 줄어든다는 뜻이다.
한편, 중국 관영매체들은 이날도 사드를 배치하기로 한 한국의 결정을 비난했다. <인민일보> 해외판은 전문가 칼럼을 통해 “사드 배치의 후과는 매우 엄중할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의 대문 앞에 사드를 배치하면서 중국과 관계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미국의 고의적인 행동(사드 배치)은 공동안보의 이념을 엄중히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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