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세계 9위의 대형 철강기업인 중국 허베이강철과 서우강강철이 당국 주도로 합병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가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세계 5위 바오산강철과 세계 11위 우한강철이 합병 추진을 선언한 지 한달여 만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국유기업을 관리·감독하는 국유자산관리위원회가 중국 남부와 북부에 각각 초대형 철강기업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쪽엔 허베이강철과 서우강강철의 합병 기업이, 남쪽엔 바오산강철과 우한강철 합병 기업이 각각 자리잡는 ‘중국 철강기업 남북조 시대’가 열리게 됐다. 중국 내 다른 군소 철강회사들도 양대 철강기업 출범 뒤 흡수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중국 최대인 허베이강철과 서우강강철의 생산량을 합하면, 단숨에 생산량 기준 세계 1위인 룩셈부르크 아르셀로미탈을 위협하는 수준이 된다. 허베이강철은 허베이성에 기반한 국유기업으로 지난해 조강생산량 4774만t으로 중국 1위, 세계 2위다. 서우강강철은 베이징시 관할 국유기업으로, 지난해 생산량(2855만t)이 중국 5위, 세계 9위 규모다.
지난 6월 추진 사실을 공식화한 바오산강철과 우한강철의 합병도 만만치 않다. 두 회사가 통합하면 아르셀로미탈과 허베이·서우강 합병 회사에 이어 세계 3위에 오르게 된다. 일본의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과 한국의 포스코는 중국 기업에 밀려 4, 5위로 내려앉는다.
중국 대형 철강기업의 합병 드라이브는 세계 시장에서 중국 철강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당국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합병 이후 생산량이 다소 줄어들더라도, 중국의 ‘철강 남북조’가 본격화하면 세계 철강업계는 생산량 기준 ‘빅3’ 형태로 재편될 수 있다. 중국은 2025년까지 글로벌 수준의 철강기업 3~5곳을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국유기업인 중국 철강기업들이 세계 철강 공급과잉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상황에서, 생산량 감소와 인력 재배치를 ‘효율적’으로 추진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철강협회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세계 시장에서 중국 생산량 비중은 지난해 49.9%에서 50.3%로 늘어나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 3월 중국은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3~5년 내 최대 1억~1억5000만t의 과잉생산을 해소시키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일단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국가 차원의 인위적인 합병이라 과연 몸집만 키워서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지만, 어쨌든 중국발 과잉 생산 물량을 조정하는 새로운 질서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종형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유 철강사들 중심의 통폐합을 통해 철강 산업의 집중도와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지를 실제 보여주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중국의 각 지방정부의 이해관계로 인해 통폐합의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홍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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