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국 성향을 이유로 중국 공연이 취소되는 등 ‘탄압’을 받았던 홍콩 가수에게 거꾸로 홍콩·대만인들이 크라우드펀딩 참여 등 지지 손길을 보내 중국인과 홍콩·대만인 사이의 갈등 양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랑콤의 판촉 행사에 초청됐다가 취소되면서 논란이 됐던 데니스 호는 오는 10월 8~9일 홍콩에서 개최하는 공연을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진행중이다. 데니스 호 쪽은 주당 1만5000홍콩달러(약 220만원)로 지난 12일부터 시작한 크라우드펀딩이 200주(약 4억4000만원) 판매를 초과했다고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지했다. 데니스 호 쪽이 제한적으로 공개한 펀딩 참가자들의 신상을 보면, 식당·인테리어·의료·교육 등 중소상인들이 대부분이다. 대만 민박업소와 커피숍도 있고, 상하이에도 홍콩계 기업 1곳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중국 누리꾼들이 호의 랑콤 초청 상하이 콘서트를 앞두고 그의 홍콩·티베트 독립 성향을 문제 삼아 랑콤 불매운동을 벌이자, 랑콤은 이에 굴복해 호의 콘서트를 취소했다. 호는 지난달 19일 예정됐던 콘서트를 열기는 했으나 무료로 전환했고, 랑콤의 지원도 없었다. 겉으로는 중국 누리꾼들의 승리처럼 보였지만, 이는 거꾸로 홍콩 시민들을 자극했다.
이와 별도로 중국 안에서는 지난 12일 남중국해 판결과 한반도 사드 배치 이후 일각에서 미국·필리핀·한국산 제품에 대해 ‘마녀사냥식 불매운동’ 등이 무분별하게 불거져 중국 내부에서도 우려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허난 푸양 공안당국은 지난 19일 지역 케이에프시(KFC) 2곳에서 불매운동을 벌인 리아무개(33) 등 3명을 체포해 13~15일간의 구류형을 내렸다고 <인민일보>가 21일 보도했다. 이들은 “미·일·한 제품을 쓰지 말자. 서양 쓰레기 음식은 먹지 말자. 국산품을 지지하자. 우리 중화를 사랑하자”는 플래카드를 세워놓고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케이에프시 불매운동에 대해 ‘어리석은 애국’이라는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항저우의 한 기업이 직원들에게 아이폰을 중국산 스마트폰으로 바꾸면 보조금을 준다는 ‘애국통지’를 내는 등 최근 잇따른 ‘애국주의’ 경향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특히, 웨이보와 웨이신 등 온라인에선 남중국해 사건을 제소한 필리핀의 바나나·망고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되는 한국 경상북도 성주의 참외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식의 주장이 거침없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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