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정때 홍군 부대합류 기념비 헌화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 앞두고 주목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 앞두고 주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전·현직 지도부의 비밀 모임을 앞두고 집권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 19일 닝샤후이족자치구 시찰에 나서면서, 홍군 장정 회사(부대합류) 기념비에 헌화하고 기념관을 참관했다. ‘장정 회사’는 대장정 과정에서 나뉘었던 홍군의 세 갈래 부대가 1936년 10월 다시 합친 일로, 대장정 종료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기록된다.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시 주석이 빗속에 우산도 쓰지 않고 꽃을 어루만지는 사진을 공개했다.
이번 행보는 해마다 7월말~8월초 베이징 인근 휴양지 베이다이허에서 개최되는 비공개 모임을 목전에 앞두고 있어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베이다이허 회의’로 불리는 이 모임은 당 원로들과 현직 지도부들이 모여 피서를 겸해 여는 회의로, 이곳에서 주요 현안들에 대한 당의 입장이 정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개최 일정 및 내용은커녕 개최 사실도 공개되지 않아 구체 사항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시 주석이 이번 방문을 통해 당의 집권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라고 20일 분석했다. 시 주석은 기념관에서 “대장정 정신이 있다면 극복하지 못할 곤란은 없다”며 “우리 시대 사람들은 우리 시대의 대장정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장정 정신’에 대해, 그는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고,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승리를 거뒀으며, 다양한 적을 상대로 목숨을 건 결의로 싸워 이겼다”고 설명했다.
당의 권력 강화는 곧 ‘혁명 2세대’인 시 주석 본인의 권력 강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올해 초 관영 매체들이 시 주석에 대해 ‘충성 서약’을 한 데 이어, 지난 17일엔 개혁 성향 잡지 <옌황춘추>가 당국의 인사·조직 개편에 항의해 발간 중단을 선언했다.
올해 베이다이허 회의는 내년 하반기 당 지도부 개편을 앞둔 시점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최근 이뤄진 각 성 지도부 인사에서는 저장방(시 주석의 저장성 서기 시절을 함께했던 이들) 인사들이 대거 등용되면서, 상대적으로 후진타오 전 주석 시절 영향력이 컸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계의 퇴조가 두드러졌다. 공청단계 대표 인물 가운데 하나인 리위안차오 부주석의 낙마설이 중국 안팎에서 제기돼온 가운데,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그의 거취가 논의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홍콩 <명보>는 지난달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해, ‘1행3회’(인민은행과 은행·증권·보험감독관리위원회의 통칭)의 금융감독관리 체제의 개편 방안이 올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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