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합의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와 관련해, 중국 국방부가 8일 “필요한 조처를 고려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11일 외교부가 “상응하는 조처”를 언급하면서 그 구체적인 내용이 어떤 형태가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우선 중국이 유사시 사드를 무력화시킬 수 있도록 군사적 조처를 취할 가능성이 가장 우려되는 측면이다. 중국 <인민망>은 8일 군사전문가의 말을 빌려 “중국은 반드시 전략적 조처를 확고히 취해야 한다. 예컨대 한국 내 사드에 대응할 군사적 대비책을 증가시켜서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첫번째로 타격하는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경우 한국의 안보 불안이 증대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지난해 말 처음으로 양국 장관 간 ‘직통전화’(핫라인)가 개설되는 등 결실을 맺은 군사교류도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재계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피해가 가장 우려되는 곳은 경제적 보복 조처 가능성이다. 이는 한국산 상품을 상대로 통관, 위생검사 등 비관세 장벽을 강화한다거나, 관영매체 등을 활용해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합법 규정을 적용하거나 민간 영역에서 일어나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국에 진출한 2만3천여곳(2013년 기준)의 한국 기업이 표적 단속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전기차 시장이 세계 최대 규모로 떠오른 가운데, 중국 장화이자동차가 삼성에스디아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생산을 중단했다는 보도가 11일 나온 것도 눈길을 끈다. 삼성에스디아이와 엘지화학이 지난달 발표된 보조금 지급 업체에 포함되지 못한 데 따른 것이지만, 사드 배치 발표 직후 중국의 강경 대응 기조와 맞물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삼성에스디아이는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짓는 것에 대해 매우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삼성에스디아이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순차적으로 외국 부품에 모범 기준 인증을 주고 있다. 환경 유해물질 배출 방지 노력 등을 평가하는 조항이 있는데, 생산 이력이 1년을 넘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 있다. 중국 공장이 지난해 10월 가동을 시작해 아직 1년이 안됐다”며 “추가 인증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중국과 러시아의 공조 등 외교적 수단이 있다. 지난달 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사흘 새 두 차례 연 정상회담에서 ‘사드 한반도 배치 반대’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두 차례 연속 발표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대북 압박’, ‘북핵 공조’에 올인하고 있는 한국 외교는 중·러라는 중요한 두 축을 동시에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외에도 중국이 한국과의 인적·문화적 교류 축소에 나설 거란 우려도 있다. 2년 전 홍콩 민주화 시위와 올해 민진당 정부 출범한 대만에 각각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바 있어, 중국 당국이 정치·외교적 목적에서 관광객 수를 제어하고 있다는 관측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김재섭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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