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드 배치 발표에 중·러 반발 계속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주도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가 결정되면서, 지역 및 글로벌 전략적 균형이 깨진다는 판단에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중·러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엠디)가 아시아에 증강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신경보>는 “사드 한국 배치는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글로벌 엠디 체계를 구성하는 것으로, 한국에서 수집한 모든 정보와 데이터는 실질적으로 전세계 시스템과 연계될 것”이라며 “미국의 엠디가 유럽과 아시아에 구축되면서 러시아에 대한 협공 양상이 된다”고 분석했다. 중·러는 미국의 엠디가 1972년 미-소가 체결한 탄도미사일방어(ABM) 조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스리랑카를 방문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9일 <봉황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이 다른 나라의 불안전 위에 자신의 안전을 지으려 하지 말고, 이른바 ‘안보 위협’이라는 핑계로 다른 나라의 정당한 안보 이익에 손해를 주지 말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다른 나라’는 곧 중국을 의미한다. 미국이 사드 배치를 통해 중국보다 군사적 우위를 점하게 됐으므로, 중국이 안보 불안을 겪게 됐다는 것이다.
중·러의 이같은 인식은 대응 차원에서의 군비 증대 필요성에 대한 요구로도 이어지고 있어, 동북아에서 도미노식 군비 경쟁을 불러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북한 핵·미사일 대응’이라며 중·러의 사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강조해왔지만, 이같은 노력은 사실상 실패했다. <환구시보>는 9일 사설에서 “한국은 줄곧 사드 레이더의 감시 범위를 줄여서 조정할 수 있다고 해왔다”며 “하지만 사드는 주한미군이 관리하는 것이어서 한국은 주인이 될 수 없으며, 이같은 싸구려 약속은 국제정치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한국은 최대의 피해자가 되는 꼴을 자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관영 <중앙텔레비전>(CCTV)에 출연한 이 매체의 평론원은 “우리에게 안보상 위협이 생긴다면 즉각 타격을 가하게 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모두 타격 수단이 있다”며 “한국은 중·러에 공히 타격 대상이 됐다. 이는 한국이 스스로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왕쥔성 중국사회과학원 부연구위원은 10일 <참고망> 기고문에서 “한·일은 역사·영토 문제 탓에 관계가 팽팽하고, 사드 탓에 중·러가 튕겨나가고, 남·북은 대치한다”며 “‘중소국’ 한국은 4개 주변국의 압력을 어떻게 동시에 견딜 것인가”라고 물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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