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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링지화는 부패 처벌인가, 정치적 숙청인가?

등록 2016-07-06 09:33

시진핑 반대했던 ‘신4인방’ 모두 제거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의 비서실장(당 중앙판공청 주임)을 지낸 링지화(60) 전 통일전선공작부장의 부패 혐의에 대한 재판이 무기징역과 정치적 권리 박탈, 재산 몰수를 선고하는 것으로 끝났다. 중국 당국은 ‘법에 따른 처벌’이라고 강조하고 있으나, 시진핑 체제에 반기를 든 ‘정적’들에 대한 숙청이 일단락됐다는 시각이 많다.

관영 <인민일보>는 5일 1면에 낸 평론에서 “링지화 사건은 법과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 당의 기율과 국법을 어기면 모두 법에 의해 처벌받을 것”이라며 “모든 당원, 특히 각급 지도자와 간부들은 링지화 사건의 교훈을 깊이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외에서 이번 사건을 권력투쟁으로 보는 시각을 의식해 법치와 반면교사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링지화 사건은 법에 의한 처벌이란 관점에서 이상할 게 없다. 2012년 3월18일 새벽 베이징에서 페라리 자동차가 낸 사고에서 시작된 이 사건은, 현장에서 즉사한 나체 상태의 운전자가 링 전 부장의 아들 링구라는 게 밝혀진 뒤 ‘무슨 돈이 있어서 페라리를 탔느냐’며 부패 사건으로 비화했다. 초기에 언론 통제를 통해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거나, 차량에 함께 나체 상태로 탔다가 숨지거나 다친 여대생 2명의 가족을 돈으로 입막음하려 했다는 언론 보도도 이어졌다.

후 전 주석의 ‘최고 브레인’으로 불리던 최측근이자 차기 지도부 진입이 유력시되던 링 전 부장은, 부정 축재와 권력 남용에 대한 추궁이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해 7월 결국 당적과 공직을 모두 박탈당한 뒤 조사를 받아왔다.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그가 지난 1일 재판정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한다. 항소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모습을 내보냈다.

링 전 부장을 끝으로 이른바 ‘신 4인방’으로 불리던 인물들은 모두 형사처벌을 받았다. 2014년 말 <보쉰> <명경신문망> 등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들은 중국 내 소식통을 인용해, 링 전 부장과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 쉬차이허우 군사위 부주석 등 4명이 시진핑 지도부에 반기를 든 ‘신 4인방’이라고 전했다. 이들 4명은 시 주석의 반부패 드라이브 속에 제거된 대표적인 ‘호랑이’(거물급)들로, 지병으로 숨진 쉬 전 부주석을 빼면 모두 무기징역형을 받았다.

게다가 최근 미국 중화권 매체들은 리위안차오 부주석 및 그 주변 인물들이 정권 전복 시도 등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리 부주석은 일찍이 ‘신 4인방’과 연결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어서, 사법처리설이 이미 몇 차례 제기된 바 있다. 또 리 부주석과 링 전 부장은 후진타오 지도부 시기 최대 파벌이던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핵심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내년 가을 지도부를 새로 구성하게 될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권력투쟁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 주석 중심의 집권 세력이 경쟁 세력을 제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 4인방’ 사건의 처리 과정을 당내 파벌 형성에 대한 경고로 보는 시각도 있다. 중앙기율위 기관지인 <중국기검감찰보>는 지난 2월 “우리는 당내에 자체 분파를 만드는 이들을 적시에 발견하고 처벌할 수 있도록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는 글을 실었다.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이 대표적 인물이었던 ‘석유방’(지도부 내 석유기업 중심 인맥)이나 링 전 부장이 주도했던 ‘시산회’(산시성 출신 관료 및 기업인 사조직) 등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든 그 배경이 무엇이든, 반부패 캠페인과 주요 인물들의 사법처리의 결과는 현 지도부, 곧 시 주석의 권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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