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취임한 뒤 한달여 동안 중국-대만(양안) 관계가 살얼음판 같은 정국을 이어온 가운데, 1일 어민의 인명 피해로 이어진 대만 해군의 ‘오발’ 사고가 다시금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2일 귀국한 차이잉원 총통은 “정부는 가장 책임있는 태도로 관련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진당 정부는 이번 사건이 양안 문제로 비화할까 무척 경계하는 모습이다. 사건이 발생한 1일은 중국공산당 창건 95주년 기념일이기도 해서, 일각에서는 중국의 경축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어 민진당 정부의 양안 정책을 시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실제 중국은 이번 사건을 상당히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관영 <중앙텔레비전>(CCTV)는 전문가를 인용해 “만약 이번 미사일이 어선을 맞히지 않고 (양안 간) 중간선을 넘어왔다면 인민해방군(중국군)도 즉각 미사일 등으로 대응했을 것”이라며 “만약 이번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다면 양안이 총을 준비하는 상황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우리의 상황 오판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대화 채널과 관계 호전의 계기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양안이 관계 경색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고 있는 현 구조가 상당 기간 고착화할 가능성도 있다.
차이 총통은 2일 “지역 평화와 안정에 대한 결심에는 어떤 변화도 없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하는 한편, “관련 부문이 주변국과 대륙(중국)에 완전한 설명을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는 지난 5월20일 취임사에서 ‘92공식’(‘하나의 중국’은 인정하되 그에 대한 표현은 각자 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아 중국 쪽의 불만을 샀다. 그러나 지난달 초 국민당 출신이자 ‘반독립’ 성향인 쑹추위 친민당 주석을 양안 협상기구인 해협교류기금회 회장에 임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안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도모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대만 정치권은 책임론을 놓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야당인 국민당은 펑스콴 국방부장(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여당인 민진당 일각에서는 “국민당 정부가 집권한 지난 8년 동안 대륙(중국)에 너무 연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모두가 국방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고 결국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한편, 이번 오발 사건은 음모론이 제기되는 등 미심쩍은 부분이 적지 않다. 취임 초기 민진당 정부를 흔들려는 반대파의 무리한 시도 아니었겠느냐는 시각이다. 차이잉원 총통이 취임 뒤 첫 순방에 나선 때 군이 군사 훈련을 한 것부터가 이례적이다. <중국시보>는 리덩후이 총통(1988~2000 재임) 이후 대만 군은 지도자 부재시 훈련을 하지 않아왔다고 전했다. 또 사건 발생 40분 만에, 외부에 알려지기 전인 당일 오전 8시54분 국민당의 차이정위안 정책회 집행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군의 미사일 발사 소식을 올린 것도 의심을 받는다. 국민당과 군이 내통했다는 관측이다. 이밖에 군 발표대로 하사관 1명의 ‘실수’만으로 함상의 미사일을 발사 모드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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