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25일 열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연차총회 개막식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중국의 주도적 역할 속에 지난 1월 출범한 다자 개발은행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25일 중국 베이징 한 호텔에서 첫 연차총회를 개최했다.
진리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총재는 이날 개회사에서 “6개월 동안의 운영 끝에, 은행은 창립 회원국들과 국제사회에 약속한 것들을 이행하기 시작했다”며 “모범적 조직 운영 및 지배구조를 이행하면서, 고객들에게 시의적절하고 효율적이면서 지속가능한 인프라 금융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자연 및 인문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 필요성을 늘 유의해왔다”고 말했다. 이 은행은 앞서 하루 전 이사회에서 출범 뒤 처음으로 대출사업 4건을 승인시켰다.
중국은 이 은행이 개발도상국 인프라 투자금융 분야에서 새로운 모델을 개척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날 개막식 축사에서 장가오리 국무원 부총리(정치국 상무위원)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자신만의 고유한 특징을 가진 새로운 파트너십, 새로운 형태의 다자 개발은행의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중국은 이 은행을 ‘중국식 세계 경제 질서’의 신호탄으로 보는 일각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장 부총리는 “중국은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노력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다”며, 이들을 포함한 관련 기구 및 기관과의 교류 및 협력을 강조했다. 실제 전날 승인된 사업 4건 가운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사업은 방글라데시 배전시스템 정비 1건이며, 다른 3건은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등과의 협조 융자 형태로 진행된다.
이날 개막식에서는 출범 전부터 제기됐던 운영 투명성 확보와 진입 장벽 해소 등의 요구가 또다시 불거졌다. 역내 회원국 대표로 기조연설에 나선 유일호 한국 경제부총리는 “처음부터 조직과 제도를 갖추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신뢰와 투명성 확보를 통한 조직 강화 △유능한 인재 채용으로 독자적 투자 역량 확보 △조직 정비 및 사회·환경 분야 정책 강화 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역외 회원국 대표로 연설한 파벨 스찰라만차 폴란드 재무장관도 “역내·역외 회원국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가입 기준을 만족한 모든 나라가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2013년 시진핑 주석이 설립을 제안했으며, 지난 1월16일 역내 37개국, 역외 20개국의 참여 속에 전체 1000억달러(약 117조500억원)의 자본금으로 출범했다. 중국은 297만8000만달러를 출자해 29.78%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인도(8.37%), 러시아(6.54%), 독일(4.48%), 한국(3.74%) 등이 뒤를 잇는다. 이날 개막식에는 ‘잠재 신청국’(미가입국) 24개국 대표들이 참석한데다 9월말까지는 추가 가입 신청을 받을 계획이어서, 전체 회원국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경우 아시아개발은행(역내 48개국, 역외 19개국)보다도 회원국 수가 더 많아질 수도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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