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중국 베이징의 북한 대사관 앞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부국장이 기자들에게 22~23일 동북아협력대화(NEACD) 참석 결과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반관반민’(1.5트랙) 다자 협의체인 동북아협력대화(NEACD)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북한 당국자가 현 상황에서는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설 생각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부국장은 23일 오전 베이징 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아직 있는 지금 상황에서 조선(북)은 조선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미국이 준 핵 위협 때문에 우리가 핵무기를 만들었고, 이제는 운반수단도 원만하게 갖췄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선의 비핵화를 논의하는 그런 회담은 지금으로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최 부국장이 말하는 ‘운반수단’은 전날 북쪽이 발사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힌 중장거리 탄도로켓 ‘화성-10’을 가리킨다. 그는 얼굴에 웃음을 띤 채, “우리는 대단히 기쁘다. 화성 10호 (발사 성공), 이건 우리 운반수단이 명백히 성공했다는 것”이라며 “이젠 미국이 어떤 핵전쟁을 강요해도 우리가 당당히 상대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22일 동북아협력대화 세미나에서 북쪽이 “6자회담은 죽었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그는, “6자회담이 사멸했다는 건 제가 한 말이 아니고 지난 4월12일 조선 외무성 대변인(의 기자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6자회담에 대한 입장이 이미 나갔다”며, “지금 상황에서 조선이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는 건 시기상조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의제로 하는 6자회담은 지금 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당시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보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들어 “도저히 대화에 대해 생각할 분위기가 못된다”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같은달 30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는 “9·19 공동성명은 최종적으로 사멸되었다”는 대목도 있다. 최 부국장은 “6자회담이 본래 의미에서는 조선의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는 회담이었는데, 이제는 그 사명이 좀 변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 부국장은 이날 “동북아협력대화 틀거리에서 양자적 접촉들이 많이 있었다”며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의 접촉 사실을 공개했다.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의 만남 여부를 묻자 “그건 미국 쪽에 물어봐줬으면 한다. 예민한 사항에 대해 제가 여기서 밝히지 않겠다”고 답하는 등 다른 양자 접촉 대상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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