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낮이 가장 긴 하지인 21일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위린시에서 일명 '개고기 축제'로 불리는 행사가 열린 가운데 동물애호가를 자처하는 한 여성이 '구출'을 하겠다며 식용견 거래상으로부터 2마리를 구입했다. 이날 위린 개고기 식당 밀집 지역엔 이런 목적의 활동가들과 '축제'를 맞이해 개고기를 먹으러 온 현지 주민들이 모여들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위린/AP 연합뉴스
중국 남서부의 한 고장에서 열리는 ‘개고기 축제’에서 주민들은 개고기를 여전히 먹고, ‘애견인’은 ‘구출’을 목표로 식용견을 사들이는 풍경이 올해도 반복됐다.
해마다 광시좡족자치구 위린에서는 낮이 가장 긴 하지를 맞아 특산 과일인 리치(리즈)와 개고기를 함께 즐긴다는 ‘리즈·거우러우제(구육절)’가 열린다. 올해 이 행사를 앞두고 전세계 동물보호단체들은 이 시기에 수천마리의 개가 도살된다며 반대 청원을 벌였고, 여기에 1100만여명이 참여했다. 전세계의 이목은 또다시 집중됐다.
국내외 매체들은 올해는 예년과 달리 길거리에서 공개적으로 벌어지는 도살은 사라졌다고 전한다. 여론 악화 탓에 당국이 조처를 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홍콩 대표 마이클 톈이 이 행사의 중단을 공식 요구하면서 화제가 됐고, 위린시 당국은 행사 당일 ‘뜬금없이’ 육류 유통의 검역 절차를 강조한 공문을 냈다.
하지만 ‘축제’는 이어졌다. 이날 거리에서 ‘거우러우’(개고기)라는 단어는 보기 힘들었지만, 여전히 식당에서는 손님들에게 개고기, 고양이 고기를 팔고 있었다고 <신경보>는 전했다. 식당 공급가 기준 개고기는 500g당 25위안(4370원), 고양이 고기는 16~18위안(약 3100원) 선이었다.
행사를 앞두고 위린에 집결한 동물애호가들은 식용으로 소비되기 위해 갇혀 있는 개들을 돈을 주고 사들였다. 불교에서 행하는 ‘방생’을 연상하게 한다. 중국 정부는 이 행사가 당국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한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리치와 개고기를 먹는 것은 위린 지역의 민간 식습관으로 개인 취향일 뿐 ‘축제’가 아니다. 시 당국도 이른바 ‘개고기 축제’라는 행사를 지지하거나 개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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