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톈안먼) 시위 유혈진압 27주기인 4일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시민들이 천안문 사진 앞에서 희생자를 추모하는 뜻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 홍콩/AFP 연합뉴스
중국당국 여전히 진상규명 외면
부패 관원 처벌과 실업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시위였다. 군인들이 동원돼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수백명인지 수천명인지 모를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1989년 천안문(톈안먼) 시위 유혈진압 27주년이던 4일 중국 당국은 여전히 진상규명을 외면했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1980년대 말 중국에서 발생한 정치 풍파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는 분명한 결론을 낸 지 이미 오래다”라고 말했다. 앞서 2일 미국 의회 중국위원회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서한을 보내 천안문 시위 공론화를 요구한 데 대한 답변이다. ‘정치 풍파’라는 표현은 천안문 시위에 대한 중국 당국의 기존 입장으로, 통제가 되지 않아 무력 사용이 불가피했다는 함의를 갖고 있다. 이 문제를 공개 토론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베이징에서의 추모 행위는 알음알음 눈에 띄지 않게 이뤄지거나 차단당했다. 희생자들이 잠든 시 외곽 완안공원묘지에선 유족 10여명이 추모 행사를 열었다. 당시 서른 살이던 남편을 잃은 부인은 추모사에서 ‘사필귀정’을 강조했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전했다. 희생자 가족 모임 ‘천안문어머니회’ 소속 가족들은 지난주 내내 사실상 가택연금 상태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시인 량타이핑 등 인권활동가 6명은 2일 별도의 기념 행사를 열었다가 공안당국에 체포됐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천안문 시위 이듬해부터 해마다 열린 홍콩 빅토리아공원의 추모행사에는 4일 저녁에도 12만5000명이 참석해 촛불을 켰다. 주최 쪽인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의 앨버트 호 주석은 “최근 몇년간 촛불 집회에 10만명 이상이 참가한 것은 홍콩인들이 천안문 시위를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올해부터 이 행사 불참을 선언한 대학생 단체들은 별도의 토론행사를 열었다. 홍콩에선 2014년 ‘우산혁명’을 주도한 학생운동 세력이 ‘중국 민주화’보다 ‘홍콩 민주화’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취임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천안문 시위가 양안의 불편한 진실이 되게 하진 말자”며 “대륙의 집권당(공산당)만이 중국 인민의 지난 상처와 고통을 치유할 수 있다. 양안이 언젠가는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 같은 생각을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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