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1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면담하고 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중국을 방문한 리수용 북한 노동당 정무국 부위원장이 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양국 관계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전달하고 의견을 나눴다. 시 주석이 북한의 고위급 인사를 직접 면담한 것은 3년 만이다.
시 주석은 이날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 부위원장이 이끄는 북한 노동당 대표단을 만났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대표단이 북한 노동당 7차 당대회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방중한 것을 환영하면서 “이는 중-조(북) 양당이 중대한 문제에 대해 전략적으로 소통하는 전통을 실현한 것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조선노동당이 양국 관계를 중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언급하며 감사 인사를 전한 셈이다. 시 주석은 5월 북한 당대회 당시 김 위원장에게 개인 명의의 축전을 보낸 바 있다.
김 위원장도 이날 리 부위원장을 통해 시 주석에게 ‘구두 친서’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조-중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강화 발전시키고, 조선반도와 동북아 지역 평화 안정 보호에서 조선이 중국과 공동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리 부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노동당 7차 당대회 결과를 설명했다.
시 주석은 리 부위원장에게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 관련 당사국들이 냉정과 절제를 유지하고 소통과 대화를 강화시켜, 지역의 평화 안정을 보호하기를 바란다”며 “중국은 중-조 우호협력 관계를 고도로 중시하며, 조선과 더불어 공동 노력해서 중-조 관계를 보호하고 공고히 하면서 발전시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북한 고위급 인사를 면담한 것은 2013년 5월 김 위원장의 특사로 방중한 최룡해 당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만난 이후 처음이다.
리 부위원장의 방중에서 2012년 김정은 집권 이후 단 한차례도 성사되지 않은 북-중 정상회담 개최 문제가 논의됐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정지융 푸단대 교수는 “냉각됐던 북-중 관계가 호전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는 것 같지만, 핵 문제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없다면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은 쉽게 성사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 부위원장은 2일 평양으로 돌아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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