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등에 암호화 등 설명 요구
군수물자 넘어 SW·주변기기도
미국·기업들 기술유출 우려
스노든 ‘감청’ 폭로 이후 심사 강화
중 토종기업들은 덩치 키워
애플 등 불만 불구 투자 의향 손짓
군수물자 넘어 SW·주변기기도
미국·기업들 기술유출 우려
스노든 ‘감청’ 폭로 이후 심사 강화
중 토종기업들은 덩치 키워
애플 등 불만 불구 투자 의향 손짓
중국이 자국 시장에 진출하는 서방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세계 최대 인터넷 시장을 목전에 둔 기업들은 불가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중국공산당 중앙 인터넷안전·정보화 영도소조를 중심으로 한 중국 인터넷 당국은 최근 몇달 동안 애플 등 외국계 정보기술 대기업을 상대로 각종 제품의 보안심사를 요구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심사는 제품별로 암호화 및 정보저장 방식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중국 당국 관계자들이 해당 기업의 경영진 및 직원들을 직접 마주한 상태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심사는 지난 9개월간 다양한 기업을 상대로 진행됐으며, 심사 대상에는 일반 소프트웨어와 각종 주변기기까지 포함됐다고 한다.
정보기술 업계는 중국 당국의 조처를 이례적으로 보고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대개 군수물자 또는 보안 관련 정부 납품분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보안심사를 진행한다. 더욱이 중국 쪽은 심사 내용을 정확히 명시하지 않고 있어, 주요 타깃이 된 것으로 보이는 미국 정부 및 미국계 기업들은 기술 유출을 우려하고 있다. 심사가 비관세장벽으로 작용해 외국기업들의 시장 진출을 막거나, 심사 내용이 유출돼 중국 쪽 해커들에게 악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국 쪽은 이에 대한 확인 요청에 “많은 나라들이 국가 및 제품을 막론한 보안심사를 실시하고 있다”고만 답할 뿐 구체적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 쪽이 정부 라인 등을 통해 공식 대응을 하기도 난감한 상황이다. 중국은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세계적 감청 사실을 폭로한 이후, 미국의 감청에 대한 우려를 호소하며 ‘보안심사’ 등 미국 기업을 상대로 한 규제 명분을 축적해왔다.
이외에도 정보 확산을 우려하는 중국은 다양한 이유로 미국 정보기술 기업의 진출에 제동을 걸어왔다. 2009년 7월 신장위구르족자치구에서 일어난 분리독립 세력의 유혈 시위 때 중국 당국은 정보 확산 통로였던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차단시켰다. 이듬해 중국 당국의 검열에 격렬하게 맞서며 ‘자진 철수’까지 시사했던 구글도 차단당했다. 스노든 사건 이후인 2015년엔 시스코를 필두로 한 외국계 정보기술 기업들이 중국 정부 입찰 사업에서 줄줄이 실패를 면치 못한 일도 있었다.
외국 기업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그동안 ‘실리콘밸리’(미국 정보통신 기업)의 중국 진출이 더뎌지는 사이, 텐센트, 신랑(시나닷컴), 바이두 등 유사 서비스를 실시한 중국의 토종 인터넷 기업들이 몸집을 불렸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세계 최대 인터넷 시장인 중국 시장을 놓고 외국 기업들은 점점 약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있다.
애플이 최근 ‘중국판 우버’인 차량 공유서비스 디디추싱에 10억달러 투자를 발표하고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16일 중국을 방문해 개발자 면담 등 행사를 진행한 것은, 애플이 지난달 중국에서 전자책·영화 서비스를 중단당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많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가 지난 3월 중국을 방문해 지도부를 만나고 천안문광장에서 조깅한 것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번 보안심사 논란도 외국 기업들이 받아들이는 게 불가피하겠지만, 미국 기업들이 중국 당국의 요구를 얼마나 들어줄 것인지를 살펴볼 가늠자가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달 ‘인터넷 안보 및 정보화’ 업무좌담회에서 “외국의 인터넷 기업들도 중국의 법률과 법규를 준수하기만 하면 모두 환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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