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판정 대학생 웨이쩌시
포털 ‘바이두’ 상위 랭킹 병원서
미검증 치료 받고 끝내 숨져
병원 문 닫고 정부 조사 착수
바이두 주가 연일 추락
포털 ‘바이두’ 상위 랭킹 병원서
미검증 치료 받고 끝내 숨져
병원 문 닫고 정부 조사 착수
바이두 주가 연일 추락
중국에서 검색 포털이 추천하는 병원에서 ‘무용지물’ 치료를 받은 대학생이 목숨을 잃은 ‘웨이쩌시 사건’으로 병원이 운영을 중단하고 포털이 수사를 받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에 놓여 있는 베이징의 무장경찰제2병원은 4일 오전부터 외래와 입원 등 모든 업무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하루 전인 3일 관련 당국은 웨이쩌시 사건과 관련해 이 병원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시안전자과기대 학생이던 웨이쩌시(21)는 2년 전 근육과 힘줄 등에 생기는 악성종약인 ‘활막육종’ 말기 판정을 받았다. <신화통신> 등 관영언론 보도를 보면, 그는 중국 최대의 검색 포털 ‘바이두’ 검색 결과, 맨 위쪽에 있던 이 병원에 가기로 했다. 병원 쪽은 그에게 미국 스탠퍼드 의대에서 들여왔다며 ‘생물면역치료법’을 추천했고, 웨이쩌시의 가족은 주위에 손을 벌리면서까지 20만위안(약 3500만원)을 만들어 4차례에 걸쳐 치료를 받게 했다. 가족들은 “다른 병원은 치료법이 없다는데 무장경찰제2병원만 이 치료법이면 앞으로 20년은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병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이 치료법이 효과가 좋지 않아 임상단계에서 이미 도태됐으며 미국에서도 사용된 적이 없다는 얘기를, 웨이쩌시와 가족들은 나중에야 들었다. 웨이쩌시는 지난 2월 남긴 글에서 “바이두가 얼마나 악랄한지 몰랐고, 돈을 받고 병원 검색 결과를 제시한다는 사실도 몰랐다”며 “바이두에서 가장 위에 나온 결과라면 다 옳은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지난달 12일 웨이쩌시는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
중국 언론들은 바이두에서 상위 검색 결과에 오르는 과정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짚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구글이 차단된 중국 검색시장에서 점유율이 70%에 이르는 공룡으로 성장한 바이두가, 오히려 중국에 해악이 돼버린 현실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웨이쩌시 본인도 생전에 “미국의 중국인 유학생이 구글로 관련 정보를 찾아보고 현지 병원에 접촉해본 뒤에야 실상을 알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푸톈계’로 불리는 ‘의료계 마피아’로도 비난의 화살이 향하고 있다. 웨이쩌시가 치료를 받은 병원은 중앙군사위 직속의 공립병원이지만, 이 병원의 바이오치료센터는 푸톈계 의료기업이 하도급 형태로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중국 푸젠성 해안도시인 푸톈 출신의 민간 의료사업자들을 일컫는 푸톈계는 1990년대 공립병원의 병과별 하도급 제도 도입을 계기로 중국 의료시장을 좌우하는 세력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떠돌이 의사들’을 고용해 민영병원을 세운 뒤 공립병원의 정형외과·산부인과·피부과 등의 하청 운영을 싹쓸이했다. 오늘날 중국 민영병원 1만1천여곳 가운데 80%가 푸톈계 자본으로 알려졌다. 이들 푸톈계 의료기업이 지난 10년간 군부대 병원의 원장과 의사들에게 수십만위안 상당의 금품을 뿌려왔다는 폭로도 잇따르고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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