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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중 서부개발 첨병 충칭 ‘괄목상대’

등록 2016-04-25 20:08수정 2016-04-25 23:09

양쯔강(장강)과 자링강이 만나는 충칭 시내 중심지 장베이쭈이를 자링강 건너편 훙야둥 쪽에서 18일 바라본 모습. 장베이쭈이 중앙상업지구(CBD)는 서부 내륙에서는 유일하게 국가급 전략 금융지구로 지정됐다.
양쯔강(장강)과 자링강이 만나는 충칭 시내 중심지 장베이쭈이를 자링강 건너편 훙야둥 쪽에서 18일 바라본 모습. 장베이쭈이 중앙상업지구(CBD)는 서부 내륙에서는 유일하게 국가급 전략 금융지구로 지정됐다.
지난해 GDP 성장률 11% ‘최고’
시진핑 주석 올 첫 지방시찰지

자동차·전자 첨단산업으로 우뚝
저임금 기반 경쟁력 유지 한계
‘바오치’(성장률 7% 이상 유지)마저 무너진 중국 경제의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팽배해 있지만, 중국엔 여전히 두자릿수의 성장률을 구가하는 곳이 있다. 내륙의 제조업 기지로 떠올라 중앙정부의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물류 중심의 미래 성장 동력을 노리는 충칭이 바로 그곳이다. 

 충칭은 지난해 총생산(GDP)이 1조5720억위안(약 276조7348억원)으로, 중국 내 성·직할시 가운데 최고인 1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12차 5개년계획(2011~15년) 기간 평균 성장률이 12.8%로, 시 당국은 이 기간 동안 전국 평균을 4~8%포인트 웃돌았다고 강조한다. 지난 1분기 성장률 10.9%도 최근까지 발표된 중국 19개 성·직할시 가운데 가장 높다. 인구 3017만명의 충칭은 1인당 총생산도 8000달러선으로, 2012년 이후 전국 평균을 넘어섰다는 게 게 시 당국의 얘기다.

중국 충칭시 중심부인 장베이쭈이의 중앙상업지구(CBD)의 개발 전후 모습. 이 정도 수준의 개발은 불과 10여년에 걸쳐 이뤄졌다. 충칭시 정부 제공
중국 충칭시 중심부인 장베이쭈이의 중앙상업지구(CBD)의 개발 전후 모습. 이 정도 수준의 개발은 불과 10여년에 걸쳐 이뤄졌다. 충칭시 정부 제공
 물론 이는 충칭보다 공업화 수준이 높은 광둥성, 장쑤성, 산둥성 같은 연해 지역과 충칭을 수평비교한 수치다. 생산량 1~3위인 이들은 충칭보다 생산량이 4배 이상 많고, 인구도 2~3배가 넘는다. 충칭이 내륙에 있어 발전 수준이 더딘데다 이들보다 몸집이 상대적으로 작아 성장 가능 공간이 큰 만큼, 성장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도 사실이다. ‘통계 착시’ 탓에 실제보다 성과가 부풀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성·직할시 단위가 아닌 주요 도시만 놓고 보면, 충칭은 인구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상하이(2415만), 베이징(2170만), 광저우(1308만), 톈진(1547만), 선전(1078만)보다도 총생산량이 적다.

중국 충칭시에서 18일 오후 한 시민이 자링강대교를 걸어서 건너고 있다. 충칭/김외현 특파원
중국 충칭시에서 18일 오후 한 시민이 자링강대교를 걸어서 건너고 있다. 충칭/김외현 특파원
 그러나 중국 중앙정부는 오히려 이같은 통계를 치하하며 충칭의 미래 가능성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올해 첫 지방 시찰로 충칭의 궈위안항을 방문했다. 지난주 충칭을 방문한 외신 기자들을 만난 개발 당국 관계자는 “시 주석은 ‘이곳에 큰 기회가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서 지난 3월엔 리커창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충칭 대표단 회의에 참석해 충칭 유명음식인 ‘훠궈’에 빗대, “충칭은 충칭훠궈처럼 달아올라 있어 경제사회발전 각 항목의 주요 지표가 모두 전국 선두권”이라며 “충칭은 국가 발전에서 중요한 전략적 위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충칭의 발전이 각별한 관심을 받는 이유는 현 지도부가 강조하는 ‘체질 변경’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충칭시에서 오토바이, 동력기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체 룬퉁동력의 라인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충칭/김외현 특파원
중국 충칭시에서 오토바이, 동력기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체 룬퉁동력의 라인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충칭/김외현 특파원
 첫째, ‘구공업 기지’에서 ‘첨단 산업 기지’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평가다. 두수린 충칭 량장(양강)신구 선전부 부부장은 “1890년 설립된 충칭강철(당시는 한양철광)을 필두로, 충칭은 항전 시기 또는 그 이전부터 대표적 구공업 기지 가운데 하나였다”며 “지금은 자동차와 컴퓨터 및 주변기기 중심의 새로운 공업도시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실제 충칭에는 이곳을 본부로 하는 창안자동차를 비롯해 지엠(GM), 스즈키 등 9개 회사가 완성차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충칭의 완성차 생산량이 302만대로 전국 1위로 올라선 지난해, 현대자동차도 이곳에서 새 공장 기공식을 했다. 충칭의 전자산업단지인 시융원구의 진하이쥔 총괄부장은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노트북 컴퓨터 가운데 3대중 1대는 충칭에서 만들어지고, 5대중 1대는 시융에서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이 단지에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하는 중국기업 뿐 아니라, 휼렛패커드, 폭스콘, 하이닉스 등 유명업체들이 노트북, 프린터, 공유기, 디스플레이 등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 충칭시에서 러시아 등을 거쳐 독일까지 가는 위신어우 철도의 출발점인 퇀제춘에서 21일 오후 하역 작업을 마친 트럭이 작업 구역을 나오고 있다. 충칭/김외현 특파원
 중국 충칭시에서 러시아 등을 거쳐 독일까지 가는 위신어우 철도의 출발점인 퇀제춘에서 21일 오후 하역 작업을 마친 트럭이 작업 구역을 나오고 있다. 충칭/김외현 특파원
 둘째, 농민공을 적극적으로 시민으로 받아들여 도시화 수준을 끌어올리면서 안정적이고 풍부한 노동력 확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충칭은 2010년 전국 최초로 농민공 위주의 후커우(호적)제 개혁을 추진해, 시내 지역에서 3~5년 일한 경력이 있는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노동자)의 후커우 전환을 허용했다. 농민공이 후커우를 바꾸면 기존에 허용되지 않던 취업·양로·주택·교육·의료 등 5개 분야의 혜택이 보장됐다. ‘출근하면 노동자, 퇴근하면 농민공’이던 이들이 ‘출근하면 노동자, 퇴근하면 도시민’이 되는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 황치판 충칭시장은 4년 동안 409만명이 후커우 전환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농민공이 자신의 토지 사용권을 매매할 수 있도록 한 ‘지표’ 관리제도나 공공임대주택 제도 또한 농민공 유입에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탕원 충칭시 외사판공실 부주임은 “예전엔 충칭의 농촌 인구 800만 가운데 절반가량이 외지로 떠났으나, 최근엔 이들이 충칭의 도시민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생겨나는 것은 물론 주변 지역의 농민공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충칭의 상주인구 기준 도시화율(60.9%)은 전국 평균(56.1%)은 물론 중국 정부의 2020년 목표치(60%)도 웃돌고 있다. 

양자강(장강) 상류 수상물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궈위안항에서 19일 트럭에 컨테이너가 실리고 있다. 이곳은 수운과 철로가 만나는 지점으로 유럽으로 가는 위신어우 철도까지 연결될 수 있다. 충칭/김외현 특파원
양자강(장강) 상류 수상물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궈위안항에서 19일 트럭에 컨테이너가 실리고 있다. 이곳은 수운과 철로가 만나는 지점으로 유럽으로 가는 위신어우 철도까지 연결될 수 있다. 충칭/김외현 특파원
 충칭은 앞으로 양쯔강(장강) 상류이자 내륙 중심 도시의 입지를 활용해 물류 분야에서 미래의 기회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충칭은 <초한지>에서 유방이 유배가듯이 쫓겨갔던 험난한 땅 ‘파촉’(충칭·쓰촨)의 이미지를 떨치려는 듯, ‘육해공 종합물류 플랫폼이 실현된다’는 점을 유독 강조한다.

 우선, 육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철로다. 도심 북쪽 퇀제춘(단결촌)역은 14일 만에 1만1179㎞ 거리의 독일 뒤스부르크역까지 가는 ‘위신어우’ 국제열차가 출발하는 곳이다. 이 열차는 시진핑 주석이 취임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운행됐으며, 충칭의 전자제품, 농산품, 완성차 등을 실어나르고 유럽의 자동차 부품과 사치품 등을 실어온다. 카자흐스탄, 러시아, 벨라루스, 폴란드 등 6개국을 거치지만 한번 통관된 물품은 다시 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도록 세관 간 협약을 체결해 운송 날짜를 단축시켰다. 충칭을 시발점으로 윈난성을 거쳐 인도차이나 반도에까지 철길과 고속도로 등 육로를 잇겠다는 구상도 주목된다.

 여기에 양쯔강은 남중국해·동중국해 해안선으로부터 900~1500㎞ 떨어져 있는 충칭의 바닷길 연결을 틔우고 있다. 지난 1월 시 주석이 방문한 궈위안항은 2018년까지 양쯔강 최대 항구(화물처리 능력 200만TEU)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항구에는 40㎞ 떨어진 퇀제춘까지 연결된 철도가 깔려 있어, 위신어우 열차를 통해 유럽을 오가는 물류의 수상 수송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2008년 완공된 싼샤댐이 큰 배가 오갈 수 있는 수로를 확보해주고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항공 부문에선 충칭이 중국 서부 지역 최초로 유럽 직항 노선이 개항된 곳이기도 하다. 충칭의 장베이공항은 여객과 화물 급증으로 지은 3터미널이 올해 말 완공되면 서부 최대 규모의 공항이 된다. 충칭과 주변 쓰촨·구이저우·윈난 등의 인구를 합치면 1억9000만명에 육박한다. 

충칭은 해마다 괄목할 발전 속도로 서부 내륙 중심지로 굴기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발전을 계속 구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 있다. 자동차와 전자산업이 기반하고 있는 저임금 경쟁력은 충칭의 발전이 거듭될수록 원가 상승 압력으로 한계가 가까워지는 모순적 요소다. 충칭 시 당국이나 산업단지 등은 로봇산업, 대체에너지 등에 대한 연구·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충칭은 서부 내륙의 금융 중심지 구실을 하겠다며, “위(상류)에는 (충칭의) 장베이쭈이가 있고, 아래(하류)에는 (상하이의) 루자쭈이가 있다”는 얘기도 한다. 국가급 전략 금융지구로 지정된 ‘장베이쭈이 중앙상업지구(CBD)’엔 홍콩·상하이를 방불케 하는 마천루가 이미 가득하다. 그러나 외국계 금융회사는 한국계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유일하다. 단순한 물리적 유치만으로 금융 중심지가 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물류 또한 당장 양쯔강 수운이 2008년 완공된 싼샤댐의 처리 능력 한계에 맞닥뜨려 있다. 양쯔강 수운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종합물류회사 민성의 루샤오중 총재는 “애초엔 2030년에 물동량 1억t이 될 것으로 예상한 설계였는데, 중국 경제의 발전 속도가 예상을 넘어서 2011년에 이미 1억t에 이르렀다. 지금은 싼샤댐 통과를 위해 배들이 길게는 40시간까지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관련 당국과 물류업체들은 해결 방안을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지역 간 기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물류 처리가 총생산(GDP) 수치로 잡히는 탓에 화물을 싣고 내리는 충칭시는 댐 확장을 주장하는 반면, 댐 주변 지역은 육로 병용을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충칭/글·사진 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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