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들 재산 은닉 폭로 여파
영국 노동당, 조사기구 구성 촉구
파키스탄은 진상조사위 꾸려
시진핑 주석 등 거론된 중국선
“관련 보도 모두 삭제” 지령문
영국 노동당, 조사기구 구성 촉구
파키스탄은 진상조사위 꾸려
시진핑 주석 등 거론된 중국선
“관련 보도 모두 삭제” 지령문
전세계 거물급 인사들이 조세회피처에 재산을 은닉한 정황을 담은 ‘파나마 페이퍼스’ 유출 사건이 정치 스캔들로 번지고 있다. 아이슬란드 총리가 역외 페이퍼컴퍼니 소유 폭로 이틀 만에 물러났고, 중국·영국·파키스탄에서도 국가 지도자들의 가족이 연루돼 홍역을 치르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 외신은 5일 “시그뮌뒤르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가 사임했다”며 “파나마 페이퍼스 유출의 첫 주요 희생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진보당 대표인 귄뢰이그손을 대신해 부대표인 시귀르뒤르 잉기 요한손 농수산부 장관이 진보당-독립당 연정을 이끌 후임 총리로 지명됐다.
영국에서는 야당인 노동당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아버지를 포함해 모든 영국인의 역외 조세회피를 조사하기 위한 독립 조사기구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자녀 3명이 이번 스캔들에 연루된 파키스탄의 나와즈 샤리프 총리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국제투명성기구(TI) 역시 곤살로 델라베아우 칠레 지부장이 최소 5개의 페이퍼컴퍼니와 연루돼 자진 사임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4일 “세계적으로 불법적인 자금의 흐름이 항상 있어왔다”며 “그런 행위가 쉽게 일어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세금을 회피할 목적의 거래를 정당화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조세회피 논란을 불러일으킨 제약회사 화이자의 아일랜드 보톡스업체 앨러건 인수합병이 재무부의 규제 강화로 무산됐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전·현직 지도자들 친인척의 이름이 ‘파나마 페이퍼스’에 올랐으나, 중국이 관련 보도를 통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건이 인터넷에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에서 검열로 삭제되거나 차단된 온라인 콘텐츠를 모아 중국어와 영어로 보도하는 <차이나 디지털타임스>는 4일 중국 내 한 성의 인터넷 당국이 “파나마 페이퍼스와 관련된 보도는 모두 삭제하라”는 지령문을 냈다고 전했다. 지령문은 “관련 내용은 일률적으로 더 추가 취재를 하지 않으며 어떤 웹사이트에서든 외국 매체가 중국을 공격하는 내용을 인용 보도하는 것이 일단 발견되면 엄중히 다뤄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또 “이 지령문은 구두로 근무중인 편집자에게 전달하라”고 구체적 전달방식을 명시하면서, 말미에는 “즉각 실행하라”는 지시도 붙어 있다.
파나마 페이퍼스에는 시 주석의 매형인 덩자구이와 리펑 전 총리의 딸 리샤오린, 자칭린 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의 손녀 리쯔단 등 전·현직 중국 지도부의 친인척들이 등장한다. 중국 지도부가 ‘반부패’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지도부 가족이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것으로 나타난 것이 당국으로서는 곤혹스러울 만하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전정윤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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