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중국 본토 중계 무산돼
중 당국 불편한 심기탓 얘기도
중 당국 불편한 심기탓 얘기도
중국의 탄압으로 홍콩의 미래가 암울할 것으로 내다본 영화 <10년>이 3일 홍콩 침사추이 홍콩문화센터에서 열린 ‘홍콩 금상장 영화제’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10년>은 2025년 홍콩이 배경인 5편의 단편영화로 이뤄진 옴니버스 작품으로, 흑사회(폭력조직)를 정치에 개입시켜 홍콩에 국가안전법 도입을 도모하는 중국의 고관, 보통화(베이징어를 중심으로 한 중국 표준어) 사용 의무화로 고초를 겪는 홍콩의 택시기사, 홍콩 독립운동을 주도하다 투옥돼 단식투쟁 중 숨지는 청년운동가, 중국식 교육을 받으며 자라 ‘홍위병’처럼 어른들을 감시하는 홍콩 어린이 등을 소재로 다뤘다.
50만홍콩달러(약 7000만원)의 저예산 영화인 이 작품은 지난해 홍콩아시아 영화제에서 첫 상영된 뒤 작은 영화관 1곳에서 개봉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홍콩 전역으로 상영관이 늘어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제작 책임자인 앤드류 추이는 “홍콩인 모두에게 주는 상”이라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중국 당국은 이 영화에 심기가 불편했다. 올해 영화제의 중국 본토 중계가 예년과 달리 무산된 이유가 <10년>이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환구시보>는 “터무니없는 불안과 비관론을 확산시키고 있다”며 이 영화를 비난했다. 중국 언론들은 금상장 영화제 관련 소식을 다루면서도 최우수작품상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 영화는 2월12일 한 독립영화 전용관에서의 상영을 끝으로 종영했다. 그러나 시민들의 재상영 요구가 이어지자 시민단체들의 공동주최로 지난 1일 야외극장이나 교회 등 30여곳에서 재상영됐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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