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자기업 메이디(Midea)가 일본 굴지의 전자기업 도시바 백색가전 사업을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메이디는 도시바 라이프스타일(도시바의 백색가전 사업 자회사)의 지분 80.1%를 537억엔(약 5473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신화통신>과 <교도통신> 등 중국·일본 매체들이 31일 보도했다. ‘도시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브랜드는 앞으로 40년 동안 메이디가 쓰면서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등을 제조·판매한다. 메이디는 직원 전원의 고용을 승계하며 5천여개의 지적재산권도 넘겨받는다.
1968년 중국 광둥성에서 시작한 메이디는 직원 수 10만명, 지난해 매출 210억달러 규모의 대형 가전업체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영국 시장조사회사 유로모니터 자료를 인용해, 메이디가 백색가전 사업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대수 기준)이 4.6%로 세계 2위이며, 에어컨과 세탁기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팡훙보 메이디 회장은 “(중국) 내수시장에서 메이디가 가진 강점에 도시바의 브랜드와 인적 자원 및 기술이 보태져, 일본, 동남아 및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크게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엘지 등 한국 가전업체들은 이번 인수 뿐 아니라 지난 1월 중국 하이얼의 미국 제네럴일렉트릭(GE) 가전 분야 인수 등 중국 기업들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한국 상품들은 상대적으로 고사양·고가 시장에 자리매김한 덕에 중국 업체들이 미국·일본 업체를 인수한다 해도 당장 경쟁이 격화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국내 가전업체 관계자는 “국외 기업을 인수한 중국 업체들이 중장기적으로는 선진 브랜드의 힘과 프리미엄 상품을 다룬 경험을 흡수해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은 대외적으로는 외국 기업 인수를 통해 몸집을 불리고 경쟁력을 강화하지만, 대내적으로는 자국 시장에 ‘국산품 애용’을 강조하는 양면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최대 스마트폰 업체로 사물인터넷(IoT)에 기반해 가전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은, 지난 3월5일 양회 개막식에서 기자들에게 “정부가 강조하는 공급측 개혁이라는 것은 중국 기업이 수입품과 경쟁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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