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비치지 않도록 억제 분위기 속
케리 “시진핑 비군사화 말 지켜야”
왕이 “미 무기 남해서 보고싶지 않다”
케리 “시진핑 비군사화 말 지켜야”
왕이 “미 무기 남해서 보고싶지 않다”
2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미-중 외무장관 회담에서는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한치의 양보 없이 양쪽이 평행선을 달렸다.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쪽은 이 문제가 민감한 쟁점으로 비치지 않도록 애써 억제하려는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국제법에 의한 지배,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 비군사화, 항행의 자유 등 그동안 미국이 강조해온 원칙들을 다시 확인했다. 앞서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위성사진을 토대로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에서 중국의 레이더 설치가 의심된다고 밝힌 데 대한 의견을 묻자, 케리 장관은 “레이더가 정상적인 항행 목적을 위해 쓰이고 미사일이 붙어있는 게 아니라면 문제가 없다”면서도 “그러나 아쉽게도 남중국해에는 전투기, 총, 포 등이 배치돼 자유로운 무역을 위해 남중국해에 의존하는 모두를 우려스럽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또 “우리는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 관련국들이 어떤 일방적인 매립이나 건설, 군사화 과정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다”며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미국을 방문해 (남중국해) 도서 지역에 군사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던 말이 모든 당사국에 의해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중·미는 남해(남중국해)에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해결과 비군사화, 항행의 자유 등 케리 장관과 상당 부분 보조를 맞췄다. 하지만 왕이 부장은 “남해는 역사적으로 중국 영역이었다”고 분명히 밝혔다. 또 중국이 강조해온 ‘당사자 해결’을 다시 확인하며,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은 우리 스스로가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남해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능력이 있다”며 미국의 개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왕이 부장은 또 이 지역에서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미국의 군사행동을 지목하며, “(레이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략 폭격기, 구축함 등 첨단 무기들이 남해에 출몰하고 있다는 점인데, 왜 (언론은) 이를 무시하는가”라며 “더 이상 남해에서 근거리 정찰기나 구축함, 전략 폭격기 등을 보고 싶지 않다”고 따졌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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