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 갈등에 ‘가시방석’
“정치적 문제 민감, 군중심리 작용”
환경·노동·위생 등 기준강화 우려
항공업계도 관광객 감소 전전긍긍
내달 소비자 고발 표적 될까 ‘촉각’
“정치적 문제 민감, 군중심리 작용”
환경·노동·위생 등 기준강화 우려
항공업계도 관광객 감소 전전긍긍
내달 소비자 고발 표적 될까 ‘촉각’
중국이 한국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 논의에 격하게 반대하며 한-중 관계가 냉랭해지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당장은 중국 정부의 가시적인 조처가 없지만 외교적 갈등의 불똥이 언제 어디로 튈지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베이징에서 식품 사업을 하고 있는 한 기업체 관계자는 “중국은 사회주의 색채가 있어서 그런지 기업과 민간은 정치적인 요소나 분위기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딱히 중국 정부 당국의 강제 지시가 있지 않더라도 알아서 일사불란하게 분위기에 따르는 경향이 강하다”며 “정부가 특정 국가나 기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기업, 소비자, 인터넷 여론까지 모두 그렇게 쏠리는 ‘군중심리’ 현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 한-중 관계가 아주 좋아서 만나는 중국인들마다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더 악화한다면 환경·노동·위생 점검에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깐깐한 기준을 적용할 수도 있어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항공업계 역시 중국인 관광객(유커)이 줄어들까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한-중 관계가 이렇게까지 극한 대립으로 간 적이 없었는데 걱정스럽다”며 “중국이 한국으로 가는 유커를 줄이면 직접적인 피해를 볼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중국 세관 당국이 유커의 1인당 쇼핑 한도액을 줄여버리면 관광 관련 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한다.
기업들은 중국의 여론 동향에도 민감한 모습이다. 한 기업체 관계자는 “중국 여론 동향을 모니터하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 기업에 대한 반대 정서가 없어 다행이긴 하지만 여파가 어디로 미칠지 알 수 없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에서는 “중국 기관들이나 사업가들과의 불필요한 언쟁은 가급적 피하라”는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중국에서 한창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기업들도 우려가 적지 않다. 한 요식업체 관계자는 “외교적 갈등이 악화하면 한국 본사에서 중국 사업부문을 보수적으로 운영할까봐 다소 걱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식품, 문화 관련 기업들은 반한 정서가 한류를 약화시킬까봐 우려한다.
일부 기업들은 다음달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을 주목하고 있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중국 소비자의 날 저녁 8시 ‘3·15 완후이’ 프로그램에서 소비자의 불만을 사고 있는 기업체들을 꼽아 비판한다. 2014년 니콘, 2013년엔 애플과 폴크스바겐이 꼽혔다. 2011년엔 한국의 금호타이어가 고발 대상이 됐다. 완후이에서 지목된 기업들 다수는 대부분 예외 없이 사과와 함께 자발적 리콜 조처를 취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아직 한 달 정도 남았지만 소비자의 날 프로그램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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