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저장성 음주사고 자수’ 보도
“아버지 장례식에도 못가” 울먹여
딸 “사고얘기 전혀 못들어” 반박
“아버지 장례식에도 못가” 울먹여
딸 “사고얘기 전혀 못들어” 반박
중국 공안 당국에 의한 납치 의혹이 제기된 홍콩 출판업계 관계자 5명 가운데 1명이 석달 만에 중국 관영방송에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의 간판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둥팡스쿵’(동방시공)은 17일 오후 10여분 분량의 보도에서, 타이 파타야의 자택을 나선 이래 지난 석달 동안 연락이 끊겼던 홍콩 출판인 구이민하이의 인터뷰를 내보냈다. 그는 2003년 12월 자신의 고향인 중국 저장성 닝보에서 일어난 음주운전 사고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중국 당국에 자수했다고 밝혔다. 당시 사고로 23살 여대생이 숨지면서 그는 이듬해 재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구이는 “중국에선 더 이상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는 판단에 집유 기간에 중국을 떠났고, 이후 다른 사람의 신분을 빌려 중국을 드나들긴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도피 생활을 해왔다. 그는 방송에서 울먹이며 “지난해 6월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장례식에도 못 갔고, 이후 어머니도 건강을 잃으셨는데 집에 갈 수가 없다”며 자수 동기를 밝혔다. 중국 공안은 2006년 수배령을 내리고 그를 추적해왔다. 방송은 “우리 가족은 졸지에 무너져버렸다”는 교통사고 피해자 부모들의 인터뷰도 함께 내보냈다.
구이의 ‘해명’이 여전히 석연치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의 딸은 “음주사고의 진상을 확인할 수 없으며 부모로부터 어떤 이야기도 들은 바 없다. 아버지를 직접 만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홍콩 <빈과일보>는 전했다. 또 중국 방송 자막에 나온 구이민하이 이름의 ‘민’(敏)자가 홍콩 언론이 평소 썼던 글자(民)와 다르며, 애초 알려졌던 나이와도 차이가 있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보도했다.
구이는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의 서적을 판매해온 코즈웨이베이 서점의 공동 소유주다. 그를 포함해 서점 관계자 5명이 실종된 가운데, 그중 한명인 리보의 부인은 남편의 편지를 받았다고 중국 온라인매체 <터우탸오>이 이날 보도했다. 리보의 편지에는 ‘개인사가 복잡하고 도덕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구이민하이의 범행에 연루됐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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