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투기세력 위안화 평가절하 베팅
당국, 돈풀어 역외시장 개입 방어
홍콩 역외 위안화시장 사실상 폐쇄
단기대출금리 67%까지 치솟아
당국, 돈풀어 역외시장 개입 방어
홍콩 역외 위안화시장 사실상 폐쇄
단기대출금리 67%까지 치솟아
‘환투기 세력’이 중국 위안의 추가 평가절하에 베팅하자 중국 당국이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바탕으로 위안 방어에 나서며 투기세력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초반전은 당국의 의도대로 성공을 거뒀지만,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중국 정부가 위안 방어 수위를 높이면서 12일 홍콩의 역외 위안 시장이 사실상 폐쇄됐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중국 국영은행들이 홍콩의 위안을 대거 매입하면서, 홍콩 금융시장에서 하루짜리 은행간 단기대출 기준 금리(콜금리)가 사상 최고치인 66.8%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트레이더들은 장중에 실제 거래 금리가 110%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콜금리 급등으로 차입 거래가 불가능해지자 거래는 사실상 중단됐다.
그동안 트레이더들은 상대적으로 값싼 역외 시장의 위안을 사들였다가 역내에서 이를 팔아 달러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어왔다. 위안의 역내 환율은 인민은행이 매일 정하는 기준환율의 ±2% 범위에서 움직이지만, 역외 환율은 제한이 없다는 데 착안한 거래다. 이로 인해 역내 시장엔 달러가 귀해지고, 위안의 가치가 뒤따라 더 떨어지는 악순환은 중국 당국에 골칫거리였다. 결국 대표적 역외 시장인 홍콩의 위안을 ‘싹쓸이’하는 초강수로 환율 방어에 나선 셈이다. 지난주 달러당 위안 기준환율은 1.1% 올랐지만 역외 환율은 2.7%나 올랐었다.
중국 당국의 강도 높은 외환시장 개입은 위안의 급격한 평가절하 전망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한쥔 중앙재경영도소조 부주임은 11일 미국 뉴욕에서 한 브리핑에서 “위안 가치가 10% 이상 떨어질 거라는 전망은 터무니없으며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당국은 역외 시장의 트레이더들을 ‘투기꾼’이라고 부르며, “현재의 환율 추이는 중국의 실물 경제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국의 조처는 일단 효과를 봤다. 역내외 시장의 격차는 크게 좁혀지더니 급기야 13일에는 역외 위안 환율이 역내 환율보다 낮아지기도 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약 1310억달러 규모인 홍콩의 역외 위안 시장은 3조3300억달러에 이르는 중국 외환보유액에 의해 쉽게 압도될 수 있다”며 “중국 중앙정부는 항상 통제권 확보를 우선시해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부의 시장 개입을 통한 위안 방어는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지난해 말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에 포함되는 등 중국이 추진해온 ‘위안 국제화’ 정책 기조에 어긋나는 것이다. 국제금융시장의 신뢰를 얻어가야 할 시점에 오히려 신뢰 상실의 촉발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화수분’처럼 비우면 무한정 채워지는 게 아니라는 점도, 정부 개입이 지속 가능할 수 없다는 분석에 힘을 싣는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당국이 지난해 12월 한달에만 1300억달러를 쓰는 등 한해 동안 5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을 시장 개입에 소진했을 것으로 본다. 성장 둔화와 미국의 금리인상 탓에 외화 유출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크다.
중국 당국도 장기적으로는 위안의 완만한 평가절하로 경기 부양과 수출경쟁력 회복을 도모하려 한다는 게 전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이런 방향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자 이번 역외 시장 개입처럼 정부가 철퇴를 휘두르는 모습이 반복된다면, 장기적 신뢰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위안화 역외-역내 환율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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