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대가 11일 코즈웨이베이 지역에서 우산들을 모아 거대한 우산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우산은 중국 정부의 선거 개입 방침에 반발해 벌어진 이번 시위의 상징이다. 홍콩/AFP 연합뉴스
홍콩 행정장관 “최종 정리 필요하면…”
시위대, 시진핑에 ‘민주적 선거’ 서한
시위대, 시진핑에 ‘민주적 선거’ 서한
홍콩 시민의 도심 점거 시위가 보름째 이어지는 가운데 홍콩 정부가 12일 무력 진압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렁춘잉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홍콩 현지방송 <티브이비>(TVB)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으며 최대한 관용을 가지고 이 사태를 처리하려 하지만, 최종적으로 정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최소한의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시위는 통제불능 상태여서, 시위대가 오랫동안 시위를 계속할 수는 없다고 확신한다”며 “현재 이 시위를 지휘하고 결정을 내릴 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렁 장관은 오스트레일리아계 기업으로부터 400만파운드(69억여원)의 거액의 자문료를 받아 챙겼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법률과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내가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11일 홍콩 정부의 2인자인 캐리 람 정무사장은 10일로 예정됐던 학생 시위대와의 대화를 취소한 것과 관련한 입장에 변화가 없음을 재확인했다.
정부의 대화 취소에 반발한 시위대 수천명은 11일 정부 청사가 위치한 애드미럴티의 도로에 집결했다. 학생 시위대 지도부는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이번 시위는 ‘색깔혁명’(정권교체 혁명)이 아니라 진정한 보통선거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국민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홍콩 정부가 시민의 민주화 요구에 응해 정치개혁의 방식을 변경할 것 △완전한 민주적 선거 시스템 도입 △‘일국양제’(중국의 홍콩 통치 원칙인 한국가 두 체제) 원칙을 지킬 것 등 3가지 요구를 제시했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는 ‘색깔혁명’ 공방전이 벌어졌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10일치 해외판 1면에 ‘미국은 왜 색깔혁명에 지치지도 않는가’라는 논평을 실어, 미국이 홍콩 시위 세력을 지원해 중국을 곤란에 빠뜨리려 한다고 비난했다. 논평은 미국 민주주의기금(NED)의 루이자 그리브 부회장이 수개월 전 홍콩 시민단체 ‘센트럴을 점령하라’ 지도자들을 만나 활동 내용을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 마리 하프 부대변인은 “홍콩에서 일어나는 일은 홍콩인들에 관한 것이며, 미국은 무관하다”며 “이에 대한 다른 주장은 문제의 논점을 흐리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박영률 기자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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