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를 강요받은 샤오샤오산
샤오샤오산, 중 참모본부 제2간부가 스파이 강요…거절하자 감시·협박 받아
중국에서 텔레비전 사회자와 여배우로 활약하고 있던 샤오샤오산(31)은 중국의 건국기념일인 8월1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중국군 참모본부 제2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외국) 외교관 아들과 교제하고 있던 나에게 중국군 당국이 스파이활동을 강요했다.” “군의 명령을 거부한 나는 2년에 걸쳐 감시와 협박을 받았다.”
“그런 것을 쓰면 내일이라도 독살돼 자연사한 것처럼 살해될지도 모른다.”
스파이공작을 총괄하는 참모본부 제2부 간부에게서 스파이가 되도록 강요받았다고 폭로하는 내용이었다. 그 뒤 샤오샤오산은 7월을 마지막으로 텔레비전과 영화계에서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그의 8월1일 ‘웨이보’ 폭로 내용도 삭제된 채 그 뒤 아무런 글도 올라오지 않았다.
일본의 <아사히신문> 베이징특파원은 폭로 사흘 뒤 샤오샤오산을 만나 중국군의 미인계 스파이활동을 생생히 전해 눈길을 끈다. 샤오샤오산은 베이징 시내 호텔에서 <아사히신문> 베이징 특파원을 만나자 전후좌우를 두리번거리며 경계의 눈길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기자증을 보이자 “진짜네”라며 그제서야 표정을 누그러뜨리며 3시간에 걸쳐 미인계 공작을 강요받은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는 군인인 아버지를 둔 가정에서 태어나 17살에 연예계에 데뷔했다. 홍콩 텔레비전 프로그램 사회로 인기를 모으고 있던 2003년 부친의 지인인 총참모부 제2부 간부가 호출을 했다고 한다. 스파이가 되도록 권유받았지만 “사람을 속이는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거절했다. 그뒤 미행을 당하고 전화도 도청당하게 됐다고 한다.
지난해 11월 다른 간부가 접근해왔다. 사귀고 있던 유럽의 어느 나라 베이징 주재 대사관 소속 무관에게서 내부정보를 빼내도록 강요당했다. 다시 거절하자 감사가 한층 강화됐다. “차에 치어 죽는다” 등 협박을 받게 됐다. 일도 줄고 스트레스로 불면에 시달리고 과식을 해서 건강도 상했다. 몸의 안전이 먼저라고 생각해 미인계 협박 사실을 폭로하기로 결심했다. 샤오샤오산은 “나라를 지켜야 할 군인이 권력을 휘둘러 한 사람의 국민을 내모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아사히신문>이 폭로한 참모본부 2부의 스파이명단에는 일반인 여성도 포함돼 있다. 170㎝의 모델과 같은 늘씬한 체격의 23살 여성도 이 신문에 과거 스파이경험을 털어놓았다. 17살 때 ‘국장’이라고 불리는 남성으로부터 “특무(스파이) 일을 해달라”고 통보를 받았다. 국장은 대상자의 얼굴을 보여주고 접촉을 지시했다. 베이징 대사관이 밀집한 번화가의 한 바에 가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자 빨려들듯이 대상자가 말을 걸어왔다. 특정문서와 정보를 입수하도록 지시받은 게 아니라 평소의 대화에서 출장 예정, 동료의 이야기 등을 보고해도 지장이 없었다. 고정급료는 아니지만 일을 끝낼 때마자 수천 위안(1위안=177원)의 보수를 받았다. 아파트도 제공받았다.
고급 사우나에 ‘마사지걸’로 위장해 매춘을 할 때도 있었다. 이 여성은 2년정도만에 스파이 일을 그만두었다. “애국을 위해” 협력했지만 장래성이 없고 돈벌이도 시원찮았다. “역시 사람을 속이는 것은 죄악감이 있다.”
중국의 스파이 공작 대상은 외국 외교관뿐만이 아니다. 1989년 천안문 사태 당시 학생지도자였던 리우강도 올 5월28일 트위터에 “내 처는 스파이였다”라고 폭로했다. 현재 망명지인 미국에서 살고 있는 리우강은 4년 전 당시 미국계 항공회사의 객실 승무원이었던 중국인 여성에게서 구애를 받고 단기간 교제 끝에 결혼했다. 그런데 두 사람의 생활이 시작되자 여성은 리유강의 민주화 활동에 간섭하고 가계를 마음대로 주물렀다고 한다. 리유강은 “중국군에게서 매년 거액의 금전이 여성의 은행계좌에 입금됐다”고 폭로했다고 일본의 인터넷매체인 <제이캐스트>가 9일 보도했다. 중국계 미 언론에 따르면 이 여성은 폭로 뒤 상하이 군사대학을 졸업하고 중국군에 의해 스파이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중국당국의 스파이 공작 사건이 표면화되는 일은 드물지만 때론 공개적 외교분쟁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2004년 5월 발생한 주 상하이 일본총영사 남성직원 자살 사건이 스파이 분쟁으로 유명하다. 중국 스파이 공작의 덫에 걸린 이 남성은 중국 당국에게서 정보제공을 강요받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이 직원은 재임 중 자주 상하이에 있는 노래방에 갔다가 친밀하게 지내던 여자 종업원이 중국당국의 스파이였다고 당시 일본 외무성과 언론들이 주장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직원의 죽음 즈음해서 중국정부에 “영사관계에 관한 빈 조약상의 접수국의 의무에 반하는 유감스런 행위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에둘러 중국당국의 공작을 비난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중국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려는 일본 정부의 이런 악질적인 행위에 강하게 분노를 표명한다”고 맞비난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스파이 공작은 끊이지 않았다. 2006년 일본 해상자위대 간부가 중국 스파이 공작에 휘말려 내부기밀문서를 외부로 반출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직원은 자살한 상하이 영사관 직원과 같은 노래방에 몇 번인가 찾았다고 한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 당국자 말을 인용해 “중국의 스파이 활동은 세계 최대 규모이지만 전체 실상은 잡히지 않고 있다”면서 “프로뿐만 아니라 일반 유학생과 연구자들도 사용해 폭넓게 정보를 수집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미리 대상자를 정해서 정보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폭넓은 망을 펼쳐놓은 뒤 끌어올린 막대한 정보로부터 유용한 정보를 뽑아낸다”면서 “(중국)군은 정보 분석력에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한국 외교관들도 스파이 공작으로 의심받을만한 사건에 휘말린 적이 있다. 올해 초 발생한 주 상하이 한국영사관에 근무하는 전현직 영사들과 덩아무개(32) 여성과의 섹스스캔들이 그것이다. 한국 정부는 언론의 떠들썩한 보도 이후 현지 조사를 착수했으나 스파이 공작과 관련없다고 흐지부지 사건을 종결시켰다.
중국의 스파이 공작은 항일 투쟁시대에서도 폭넓게 활용된 주요 정보수집 활동이다. 2007년 개봉된 영화 <색, 계>는 중국 항일 세력이 1937년 일본군 간부에게 여성을 보내 스파이활동을 시키는 줄거리를 담고 있다. 영화의 무대였던 상하이는 지금도 실제 스파이의 주요 활동무대이다.
김도형 선임기자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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