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꼭 붙든 채 숨져
36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국 저장성 원저우 고속열차 추돌사고 때 후행 열차 기관사가 끝까지 추돌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결국 희생된 것으로 밝혀졌다.
<인민일보>의 인터넷 사이트인 ‘인민망’은 25일 사고 현장 조사 결과를 인용해, 후행 열차(둥처 D301호) 기관사 판이헝(38)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긴급 정차를 하기 위해 제동기를 꼭 붙든 채 숨져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는 결국 가슴에 브레이크 손잡이가 박혀 숨진 채 발견됐다. 선행 열차의 정차 사실을 모른 채 ‘돌발상황’에 직면하자 급제동에 최선을 다하다가 희생된 것이다. 선행 열차(D3115호)가 벼락을 맞아 열차 동력이 끊긴 상황에서 10분 간격으로 뒤따라오던 열차에 연락이 닿지 않아 추돌은 불가피했다.
1993년 8월 광저우 철로기계학교를 졸업한 판이헝은 2009년 10월 정식으로 고속열차를 운행하기 시작했으며, 열차를 운행한 뒤로 지금까지 18년 동안 무사고 운전을 기록하고 있었다. 벼락을 맞아 멈춰 서 있던 선행 열차 기관사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다.
한편 3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고속열차 추락사고가 발생한 지 21시간 만에 두살 반 된 여자아이가 구출됐다.
중국 반관영 통신인 <중국신문사>와 프랑스의 <아에프페>(AFP) 통신 등은 저장성 원저우시 솽위에서 추락한 고속열차 객차 잔해에서 24일 오후 5시40분께 구조대가 여아 샹웨이이를 발견했다고 25일 보도했다. 23일 저녁 8시34분 열차 추돌사고가 일어난 지 21시간 만이다.
아이는 23일 부모와 함께 항저우를 출발해 원저우로 돌아오고 있었으며, 충격이 가장 컸던 열차의 마지막 객차에 타고 있었다. <아에프페> 통신은 아이의 부모가 모두 숨진 것 같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아이는 충돌로 생긴 충격으로 왼쪽 다리를 심하게 다쳐 절단할 수도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아이를 치료하고 있는 병원의 집중치료실 판궈취안 실장은 <아에프페> 통신에 “왼쪽 다리의 혈액 흐름에 회복 기미가 있는지를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철도부는 탈선 사고로 추락한 고속열차의 블랙박스를 발견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광쭈 철도부장(장관)은 “정부는 강력한 안전점검 조처들을 통해, 은폐돼 있는 위험들을 철저하게 확인하고 제거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중국 정부는 25일 이번 열차사고 사망자 수를 전날의 43명에서 36명으로 수정했다. 또 고속열차 추락사고 지역인 저장성 원저우 구간의 열차 운행을 이날부터 정상화시켰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중국 정부는 25일 이번 열차사고 사망자 수를 전날의 43명에서 36명으로 수정했다. 또 고속열차 추락사고 지역인 저장성 원저우 구간의 열차 운행을 이날부터 정상화시켰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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