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업체들간 합병 추진…미·브라질 등서 입찰 경쟁
세계 고속철 시장의 선두자리를 노리는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제12차 5개년 경제계획에서 신흥산업전략의 핵심으로 고속철 사업을 선정한 중국은 국외시장 공략 확대를 위해 거대 국영철도장비회사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중국 철도장비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북차집단공사(CNR)와 중국남차집단공사(CSR)가 합병할 경우, 프랑스의 알스톰과 캐나다의 봄바르디어, 독일 지멘스보다 큰 세계 최대 매출규모의 고속철 업체가 등장하게 된다. 북차집단과 남차집단은 5년 뒤 매출 목표를 현재의 3배인 각각 1500억위안(약 227억달러), 1400억위안으로 잡고 있다. 중국 철도부와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는 합병 계획을 지지하고 있지만, 이들 회사 내부와 정부 내 다른 부처에서 시장 독점에 대한 우려와 경쟁체제 유지의 필요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 고속철 업체의 합병 움직임은 국내 과잉생산을 막고 국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 내 고속철 시장은 앞으로 10년간 세계최대 고속철 시장 지위를 유지할 것이 확실하지만, 고속철 연간 투자액이 2013년을 정점으로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해 10월 현재 총연장 7431㎞으로 세계 최장의 고속철도망을 운영하고 있고, 앞으로 5년간 1만6448㎞의 새 고속철도망을 건설할 계획이다.
중국은 고속철 자체개발에 실패한 이후 1990년대 기술이전을 목적으로 알스톰, 신칸센, 봄바르디어 등과 합자회사를 설립했다. 지난해 9월에는 중국 최초의 자체개발열차인 CRH380이 영업속도 380㎞/h의 속도를 기록했고, 곧 상업운행에 들어간다.
최근 남차집단은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과 손잡고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플로리다주의 고속철 건설프로젝트 입찰에 뛰어들었고, 브라질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고속철 입찰에도 참여하고 있다. 일본·독일·프랑스와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의 고속철 컨소시엄은 또다른 강력한 경쟁자를 맞게 된 것이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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