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미 정부 최대 채권국 부상
자금 압박 미국, 의존도 심해져
자금 압박 미국, 의존도 심해져
중국에 대한 미국 경제의 ‘의존성’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18일 중국이 일본을 누르고 미국 정부의 최대 채권국으로 떠올랐다고 발표했다. 중국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미국 경제에 대한 중국의 입김은 더 거세질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가 19일 보도했다.
중국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불거진 이후에도,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꼽히는 미국 재무부 채권을 다량으로 매입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9월 이 채권에 대한 중국의 투자액은 전달보다 436억달러 늘어난 5850억달러에 이르렀다. 그동안 미국 정부의 최대 채권국이었던 일본(5732억달러)을 100억달러 이상 앞질렀다. 미국 정부가 빚진 10달러 중 1달러는 중국의 돈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다른 나라를 통해 사들인 채권까지 포함할 경우 이 규모가 8천억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미국 주택담보 대출(모기지) 시장의 움직임은 중국 자본의 입김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정부가 지난 9월 모기지 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국유화하기 이전까지, 세계 1위 외환보유고(1조9천억달러)를 지닌 중국은 두 업체의 채권 등에 500억달러를 투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양대 모기지 업체를 국유화한 전후로 중국은 두 업체의 채권을 매각하거나 추가 매입을 꺼렸다. 결과적으로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모기지 금리가 높아졌다. 모기지 금리를 낮추려는 미국 정부의 노력이 중국 정부의 미국 채권 투매와 기피로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대미 채권 보유 증가가 “양국 경제의 상호 의존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장기적 관점에선 이 점이 양국 관계, 특히 미국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 나라가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과 대외 무역흑자 축소 등의 문제를 놓고 정책적 견해를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중국은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를 미국 국채에 투자했다. 구제금융 비용 등으로 내년 약 1조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재정 적자를 중국이 계속 메워주고 있는 셈이다. 중국이 미국 국채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릴 경우, 달러화의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달러화 강세는 가뜩이나 낮은 미국의 수출 경쟁력을 더 약화시켜 고질적인 대중 무역적자 폭을 키울 수 있다.
미국 노조 등은 버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에 위안화 평가절상을 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위안화 평가절상을 원치 않는 중국이 미국의 압박을 받을 경우 국채 매입을 중단하거나 보유 채권을 대량 매각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미국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위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쉽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미국 정부의 고민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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