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잃은 부모들 고통 가중
“내 딸은 아직 삶이 뭔지도 모를 나이였어요.” 16일 오후 쓰촨성의 우푸 마을. 대지진으로 13살 외동딸을 잃은 비 카이웨이 부부는 “딸 아이는 친절하고 총명해서 교사의 추천으로 지방 최고의 명문고 진학을 앞두고 있었다”며 울먹였다.
중국의 오랜 ‘산아제한’ 정책으로 한 자녀만 두었던 부모들이 이번 지진으로 유일한 피붙이를 잃게 돼, 크나 큰 슬픔에 쌓여있다고 <에이피>(AP)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번 참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 중에는 특히 학교 수업을 받던 어린 학생들이 유난히 많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번 지진으로 6900여개의 교실이 무너졌다고 밝혔다. 꽃을 피우기도 전에 꺾여버린 어린 목숨들의 대다수는 중국 정부의 ‘1자녀 갖기 운동’이 낳은 외아들 또는 외동딸이었다.
중국은 인구폭발을 억제하기 위해 1970년대 말부터 숱한 논란과 반발에도 불구하고 ‘1가정 1자녀’ 정책을 강력히 밀어붙였다. “적게 낳아 더 나은 삶을!” 이란 표어는 교육·보건 서비스의 당근과 채찍을 동반한 법령으로 뒷받침됐다. 중국 정부는 이 정책이 지금까지 4억명의 인구 증가를 억제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방정부들이 중앙정부가 할당한 출산율 유지에 집착하는 바람에 낙태와 불임수술, 현저한 성비 불균형 등의 부작용을 불러왔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 지역 대학의 심리학 교수 쉬 잔비아오는 “유일한 자녀를 잃은 부모들은 자기가 아이를 보호해주지 못했다는 죄의식에 사로잡힌 채, 생전에 아이와의 관계를 떠올리며 충분한 애정과 교감을 나누지 못했다는 회한에 사무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중국 정부가 학교 건물들의 날림공사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미 자식을 잃은 부모들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라며 “피해 지역이 ‘잃어버린 한 세대’를 맞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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