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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관광명소’ 돼버린 피해현장

등록 2008-05-16 19:28

쓰촨 대지진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두장옌중학교 붕괴 현장에서 16일 오전 유족과 구경꾼들이 한데 섞여 혼잡을 빚고 있다.  두장옌/김진수 기자
쓰촨 대지진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두장옌중학교 붕괴 현장에서 16일 오전 유족과 구경꾼들이 한데 섞여 혼잡을 빚고 있다. 두장옌/김진수 기자
구경꾼 웃으며 ‘찰칵’ 장사꾼 ‘북적’…난민 “우리 심정 아는지”
청두의 택시 운전사 샤오민(47)은 15일 두장옌의 주위안 중학교를 찾았다. 이번 대지진으로 폐허가 돼 버린 이 학교에선 수업 중이던 수백명의 학생이 숨졌다. 1주일에 단 한번 쉬는 휴일을 맞아 아내까지 데리고 온 그는 산더미처럼 쌓인 건물 잔해 앞에서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대지진 피해 현장이 쓰촨성의 새로운 ‘명소’가 되고 있다. 주위안 중학교 주변에는 생존자들을 찾는 가족과 구조대원들의 애타는 모습과 함께 팔장을 끼고 현장을 지켜보는 수많은 구경꾼들이 뒤섞여 있다. 웃음을 띤 채 손을 꼭 붙잡고 있는, 연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들도 눈에 들어온다.

지진으로 처참하게 변한 다른 지역과 달리 이 학교 주변엔 천막을 치고 음료수와 과일, 과자 등을 파는 임시상점까지 생겨났다. 학교 운동장에는 오토바이와 차량들이 늘어서 자그만한 ‘관광지’를 연상케 한다. 사람들이 몰리는 바람에 운동장 한켠에는 책상 등을 쌓아 주변 도로로 통하는 임시 계단까지 만들었다.

지진으로 도시의 80%가 폐허 속으로 사라져버린 베이촨에서 실려온 피난민들이 난민촌을 이룬 몐양시 지우저우 체육관에서도 이런 풍경이 비친다. 가족을 찾아 헤매는 ‘이산가족’들의 호소와 피난민들의 지친 표정 주변에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의 모습이 섞여 있다. 몐양 주민 왕칭슈(24)는 “이곳이 하도 끔찍하다길래 한번 눈으로 보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체육관으로 통하는 도로에는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오토바이들이 줄지어 손님들을 기다린다.

구경꾼들을 바라보는 난민들의 표정은 착잡하다. 베이촨에서 실려온 한 난민은 “베이촨에서 숨진 친구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나는데, 이런 우리들의 심정을 저들이 알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난민들을 찾아오는 가족들보다 구경꾼들이 많을 때도 있다. 지진 진앙지인 원찬에서 실려온 부상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청두 화시의원에선 응급차가 들어올 때마다 부상자들의 신음 사이로 병원 문 앞에 죽 늘어서 사람들의 카메라에서 찰칵 소리가 이어진다.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 풍경으로 사랑받는 쓰촨성은 이번 대지진으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상처 입은 풍경구들을 대신해 지진 피해 현장이 새 풍경구로 떠오르고 있다는 난민들의 탄식도 들린다.

두장옌·청두·몐양/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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