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 ‘중국과 충돌’ 반대로…뉴델리로 선회
티베트 독립을 외치며 인도 다람살라의 망명정부에서 티베트 라싸까지 ‘대장정’에 나섰던 젊은 티베트인들이 뉴델리로 발길을 돌렸다. <뉴욕타임스>는 달라이 라마 등 망명정부 수뇌부의 반대로 이들이 궤도를 수정했다고 1일 보도했다. 행진에 참가한 한 청년은 “우리의 행진은 티베트에 있는 형제자매들과의 연대를 보여주는 게 목적”이라며 “망명정부가 반대하는 행진을 계속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 티베트에서 일어난 시위와 중국 당국의 유혈진압 소식이 전해지자, 이들은 두차례에 걸쳐 다람살라를 떠났다. 치안당국과의 충돌을 우려한 달라이 라마가 직접 나서 만류했으나 이들은 듣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달라이 라마의 측근들을 비롯한 원로급 망명 세대와, 달라이 라마에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젊은 세대 사이의 갈등이 표출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젊은 티베트인들이 일단 발길을 돌림으로써 티베트 독립세력 내부의 노선대립은 수그러들 전망이다.
중국 정부가 눈엣가시로 여기는 티베트 망명정부를 보호하고 있는 인도 정부가 뉴델리로 궤도를 튼 행진을 얼마나 허용할지는 미지수다. 인도는 달라이 라마를 ‘귀한 손님’으로 대접하며 망명정부의 활동을 묵인하고 있지만, 티베트 독립세력이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는 것은 원치 않는다. 베이징 올림픽 성화의 인도 경유도 2주일 앞으로 다가와 있다.
인도 정부는 성화 입국 거부 등 국제사회의 대중 압력에 동참해야 한다는 일부 국내 여론과 중국과의 마찰을 피해야 한다는 주장 사이에서 고심 중이다. 최근 인도 부통령이 예정됐던 달라이 라마와의 만남을 취소한 데 이어, 한 인도 각료도 중국 방문 계획을 철회했다. 인도 정부는 티베트 젊은이들의 행진에 대해서도 강제 해산을 대응하다, 국내외 비난이 고조되자 허용하는 등 갈짓자 걸음을 걷고 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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