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채화…티베트 국경 거쳐
로게 “EU도 보이콧 반대”
로게 “EU도 보이콧 반대”
티베트 시위의 파문 진화에 안간힘을 쏟아온 중국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 준비 일정이 차질없이 진행된다는 데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7일 성명을 내어 “올림픽 성화는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각자 차이를 넘어 서로 이해하도록 하는 힘있는 상징물”이라며 “2008년 성화 봉송이 예정대로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성화 봉송 경로에 티베트 지역을 포함하는 원안을 관철하겠다는 의미다. 유럽연합(EU)과 미국·오스트레일리아·러시아 등도 올림픽을 거부하는 게 티베트인들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한 적절한 방식이 아니라는 견해를 보였다.
8월8일 개막에 맞춰 주경기장에 도착할 예정인 성화는, 오는 24일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돼 여러나라를 돌게 된다. 네팔-티베트 국경 사이의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산에도 오를 예정이다. 티베트독립운동 활동가들의 봉송 방해를 우려해온 중국 당국은 티베트 쪽의 등반로를 일정 기간 폐쇄하기로 했다.
중국 당국은 외신 기자들까지 추방해 티베트를 철저하게 고립시키는 한편, 티베트 지도부 비난에 한층 열을 올리고 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17일 티베트와 인근 지역에서 외국 기자 25명이 추방됐다고 전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18일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부가 문화적 학살에 나섰다는 말은 거짓말”이라며 “상황이 정상을 회복하고 있어, 라싸는 다시 전세계에 개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신기자들이 라싸에서 일어난 일을 볼 수 있도록 현장취재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구체적 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1989년 10월 티베트 독립요구 시위 때도 중국 정부는 외국 기자들을 추방했다. 당시 당국이 내세운 이유는 ‘불법 체류’와 ‘반중 시위 보도 금지’였다.
티베트 독립운동 지원 단체들은 티베트 사태가 또다시 국제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17일 티베트 망명자들이 네팔과 인도 등에서 항의시위를 벌인 데 이어, 도쿄, 런던 등 주요 도시의 중국대사관 앞은 시위장소로 변했다. 티베트인과 현지인들이 어우러져 티베트 독립을 요구하며 중국 정부의 무력 진압을 항의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전했다. 미국 뉴욕에선 타임스스퀘어의 광고판에 티베트 국기를 게양하려 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네팔 카트만두에서는 18일 60여명이 티베트인들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고 독일 <데페아> 통신이 전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선 시위대가 중국 영사관 앞에서 오성홍기를 불태웠다. 이들은 “중국은 부끄러운 줄 알라!”며 “우린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일부 시위대는 자크 로게 위원장을 겨냥해 “로게씨, 당신의 침묵이 티베트인들을 죽이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펼침막을 내걸고 국제 올림픽위원회가 위치한 스위스 로잔에서 18일 거리 시위를 벌였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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