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인 밀집 쓰촨·간쑤 등 수천명 경찰과 유혈충돌
티베트망명정부 “대규모 학살 우려” 긴급호소
티베트망명정부 “대규모 학살 우려” 긴급호소
중국 정부는 티베트 시위대에 투항 시한으로 제시한 17일 티베트 수도 라싸 등에 치안병력을 증파하고, 흔들림 없는 국가 수호 의지를 고수했다. 하지만 무차별 검거 위협 속에서도 인근 지역에서는 독립을 염원하는 시위가 계속됐다. 추가적인 유혈사태가 우려되자 티베트 망명정부는 이날 긴급 호소문을 내 “대규모 학살이 우려된다”며 유엔 등에 중국 정부에 탄압 중단을 설득해 달라고 촉구했다.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투항 시한을 3시간 앞둔 이날 밤 9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라싸에서 폭력적 범죄가 발생했다”며 “어떤 분열주의적 기도도 중국 전체 민족의 견결한 반대에 부닥쳐 실패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곳곳의 16개국에서 티베트 분열주의 세력이 중국대사관 차량과 건물을 공격하고 외교관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중국 정부는 라싸를 비롯해 인근 쓰촨·간쑤·칭하이성에 치안병력을 추가 파견하고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중국 독일 <데페아>(dpa) 통신은 인도 소재 티베트 인권민주주의센터를 인용해, 중국 공안이 모든 정치 관련 전과자들을 억류하고 이날 오전 집집을 돌며 티베트 젊은이들을 찾아내 때린 뒤 끌고 갔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지난 주말부터 수백명의 티베트인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시위는 이어졌다. 티베트인권민주주의센터는 이날 700여명의 10대들이 쓰촨성 훙위안의 경찰서 밖에서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이름을 외치며 시위를 하다가 40여명이 구타를 당한 채 끌려갔다고 전했다. 또 간쑤성 마추에서도 승려 등 수천명이 시위에 나서 경찰과 충돌했다고 전했다.
국제티베트운동 등 3개 단체는 전날 티베트 쓰촨성 엉아와에서 일어난 동조 시위에서 중국 공안의 발포로 적어도 티베트인 8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희생자 3명의 이름을 공개하며, 15살짜리 학생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창바 푼촉 시짱자치구 정부 주석은 17일 “중국 공안당국은 최루탄 등 적법한 수단 외에는 어떠한 살상용 무기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사태로 모두 16명이 숨졌다”고 발표했지만, 인도 다람살라의 티베트 망명정부는 “10일 이후 벌어진 대규모 시위 과정에서 티베트인 수백명이 숨졌다”고 말해 이견이 엇갈렸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외신 기자들의 현장 취재활동을 봉쇄하고 있다. <아에프페> 통신은 기자들의 현장 접근이 금지됐으며, 일부 기자가 일시적으로 억류되거나 바깥 지역으로 호송됐다고 보도했다. 중국외신기자협회의 멜린다 류 회장은 이날 “취재 방해 행위는 전 세계에 좀 더 개방적이며 투명하고 책임있는 이미지를 보여주길 원하는 중국 정부에게 도움이 되질 않는다”고 비난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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