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까지 납치, 인신매매. 강제노동
550명 구출…관리 돈받고 묵인
550명 구출…관리 돈받고 묵인
중국 벽돌공장과 탄광의 노동자 강제 납치와 노예 노역으로 중국이 들끓고 있다. 피해자에는 미성년자도 포함된데다 해당지역 당국도 묵인한 것으로 드러나, 열악한 중국의 노동 환경과 인권 문제의 치부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중국 공안 당국은 허난성과 샨시성에서 경찰 3만5천여명을 동원해 불법 벽돌공장과 탄광을 대상으로 강제노역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16일까지 강제로 갇혀서 일하던 피해자 550여명이 구출됐으며, 이 가운데 40여명이 8~18살의 미성년자로 드러났다. 피해자들은 허난성의 성도인 정저우 등 인근 지역에서 유괴·납치돼 무임금으로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개까지 동원한 감시인들에게 24시간 ‘감독’ 받으면서, 끼니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하루 17~18시간 동안 노동에 시달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현지 언론들은 이들 악덕업주들이 인신매매업자들을 통해 한명에 500위안(약 6만1천원)씩 인력을 ‘구매’해 이같이 노예처럼 부려왔다고 보도했다.
비극적인 납치·강제노역 피해에 대해 후진타오 주석을 비롯한 고위층이 ‘적극 해결’을 주문하는 등 중국 정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관영 <신화통신>은 허난성과 샨시성에서 납치 및 강제 노역 피의자를 각각 120명, 38명 체포했으며, 도망갔던 인신매매 용의자 헝팅한도 붙잡았다고 16일 보도했다. 샨시성에서는 열흘 안에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모두 풀려나지 않으면 공안 관계자들을 모두 처벌하겠다고 관련 당국이 엄포를 놓기도 했다.
애초 이 사건은 허난성에 거주하는 미성년 납치피해자 부모 400여명이 인터넷에 아이들을 구해달라는 글을 올리면서부터 시작됐다. 아이를 직접 찾아나섰던 부모들이 벽돌공장 등에서 미성년 노동자들을 발견하고 해당지역 치안당국에 신고했으나 받아주지 않자, 중국 고위층과 네티즌들을 향해 직접 탄원을 올린 것이다.
이번에 붙잡힌 한 벽돌공장 주인의 부인인 장메이는 “감독관리들이 와서는 ‘불법’을 핑계로 돈만 요구했을 뿐”이라고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다. 상하이사범대학의 류청 교수는 이번 사건이 “정경유착의 전형적인 예”라며 “강제노역은 분명 불법인데도,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관련당국이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이 보도했다.
외신들은 중국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도, 경제력 증대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 노동자의 권리와 안전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경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중국 광둥의 옷·장난감·엠피3 공장에서는 하루 15시간 노동이 보통이며, 지난해 탄광에서 보고된 사망자만 4746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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