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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아들 낳을까 무서워”…중국의 ‘결혼지참금’ 고민

등록 2022-12-31 11:00수정 2022-12-31 17:08

지난 6월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에서 결혼을 앞둔 남녀가 전통 의상을 입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지난 6월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에서 결혼을 앞둔 남녀가 전통 의상을 입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 사는 왕(35)씨는 아이를 한 명 더 낳고 싶지만 반 포기 상태다. 또 아들을 낳을까 봐서다. 현재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왕씨는 둘째도 아들일 경우 두 아들의 결혼 자금을 도저히 마련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왕씨는 <한겨레>에 “중국에서는 남녀가 결혼할 때, 남자 쪽이 집은 물론 상당한 차이리(지참금)까지 신부 쪽에 줘야 한다”며 “아들 하나도 힘든데, 두 명은 감당할 수 없어 둘째 낳는 것을 단념했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 발전으로 전통 관습인 결혼지참금, 즉 ‘차이리’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차이리는 남녀가 결혼할 때 남자 쪽이 여자 쪽 가족에게 주는 일정액의 지참금을 뜻한다. 중국에서는 오래전 농경 사회 때 시작된 차이리 관습이 여전히 남아있다. 중국에서는 딸 부모들이 딸의 결혼을 노후 자금 마련 기회로 여긴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산시성 타이위안에서 사는 홍(29)씨는 3년 전 결혼 지참금, 즉 ‘차이리 갈등’ 때문에 결혼하지 못할 뻔 했다. 남자 친구가 차이리를 6만 위안(1080만원) 준비했는데, 홍씨 아버지가 액수가 적다며 결혼을 반대했다. 가족들이 아버지를 설득해 결혼하긴 했지만 당시의 불편한 감정이 아직 남아있다. 홍씨는 “차이리에 대한 생각이 세대별로 다르다”며 “특히 여자 쪽 부모 세대는 상당한 금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젊은 층은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이다”라고 말했다.

차이리는 지역에 따라 액수가 다르다. <텅쉰뉴스>가 2020년 지역별 차이리를 조사한 결과, 1위는 저장성으로 약 18만3000위안(3310만원)이었고, 2위는 헤이룽장성 15만2000위안(2749만원)이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은 6만3000위안(1140만원), 7만2000위안(1300만원)으로 낮은 편이었다.

소득 수준이 낮은 농촌 지역의 차이리 액수가 소득 수준이 높은 대도시보다 높다. 일부 농촌의 경우 차이리가 20만~30만 위안(3617만~5426만원)에 이르는 지역이 있고,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는 차이리를 적게 받거나 아예 주고받지 않기도 한다. 차이리가 역사적으로 농경 사회의 유물이고, 농촌 지역이 옛 관습인 차이리에 더욱 집착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농경사회 시절, 여성은 그 자체로 노동력이면서 출산을 통해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역할을 했다. 중국은 남녀가 결혼하면 여성이 남성 집에 들어가 살며 일도 하고 아이도 낳게 되는데, 이에 대한 대가를 여성 쪽 집에 치르는 돈이 차이리로 굳어졌다. 산업사회,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여성이 더 이상 노동력 재생산의 도구가 아닌 상황이 됐지만, 오랫동안 이어져 온 관습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차이리 때문에 젊은 층의 결혼이 어렵고 출산율 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에, 중국 각 성과 지자체 등은 수년 전부터 차이리 폐지를 목표로 내걸고, 홍보 활동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예 폐지하는 게 쉽지 않자, 2019년 허난성 푸양시의 경우 차이리의 상한선을 도시는 5만위만, 농촌 지역은 6만 위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극단적 사건도 적잖게 발생한다. 차이리 갈등으로 이혼하거나 신부나 신랑 쪽 가족이 살해당하는 사건이다. 후난성 롄위안의 한 마을에서는 아버지가 차이리를 받기 위해 지적 장애가 있는 딸을 3차례나 강제로 결혼시킨 사건도 있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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