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구로구 베르누이 호텔에서 열린 2022 아시아 럭비 세븐스시리즈 2차 대회 미디어데이에서 각 팀 주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대한럭비협회 제공
인천에서 열린 국제럭비대회에서 중국 국가 대신 홍콩 민주화 시위대의 노래가 연주되어, 홍콩 정부가 강력 항의했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과 대한럭비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2022 아시아 럭비 세븐스시리즈 2차 대회’가 열렸는데, 한국과 홍콩의 남자부 결승전 경기에 앞서 양국 국가가 연주될 때 중국 국가 ‘의용군 행진곡’가 아닌 ‘글로리 투 홍콩’이 울려 퍼졌다. 글로리 투 홍콩은 2019년 홍콩 민주화시위 때 시위대가 불러 시위대의 노래로 알려져 있다. 홍콩에서 이 노래를 틀고 부르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
당시 홍콩과 아시아럭비연맹은 곧바로 노래가 잘못됐다고 항의했고, 이에 대회 조직위는 잘못을 인지하고 의용군 행진곡으로 바꿔 틀었다. 대한럭비협회는 “국가 연주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담당자 착오로 인한 단순 실수였으며 그 어떠한 의도가 없음을 명확히 밝힌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홍콩 정부는 이튿날 성명을 내어 “중국 국가 대신 (홍콩의) 폭력시위와 독립운동과 긴밀히 연결된 노래가 연주된 데 대해 강력히 유감을 표하며 반대한다”고 밝혔다. 홍콩 정부 대변인은 “국가는 우리나라의 상징”이라며 “대회 조직위원회는 국가가 합당한 존경을 받도록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홍콩 정부는 주홍콩 한국총영사관에도 공식 항의했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14일 밤 “에릭 찬 정무부총리가 한국 총영사를 만나 강하게 항의했으며, 해당 사건을 살펴보고 책임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럭비연맹이 이미 사과를 했지만, 국가는 중요한 문제이기에 홍콩 정부는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서한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홍콩 경찰이 국가보안법이나 다른 홍콩 법을 위반하려는 음모와 관련이 있는지 조사할 것”이라며 “홍콩럭비연맹에도 해당 사안을 심각하게 다루고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럭비연맹은 성명을 내어 “아시아럭비와 한국럭비연맹은 이번 사건에 대해 홍콩럭비연맹, 홍콩 정부, 중국 정부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이번 사건은 올바른 국가 대신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노래를 튼 현지 조직위 직원의 단순한 실수에서 빚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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