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AFP 연합뉴스
세계 최고의 갑부이자 최고 괴짜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민감한 국제 현안에 잇따라 아슬아슬한 발언을 쏟아냈다. 외신들은 머스크의 이런 발언들이 자신의 사업적 이해관계와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머스크는 7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극도의 긴장이 이어지고 있는 ‘양안 문제’와 관련해 “대만에 특별행정구역을 검토해 보면 어떨까. 이는 아마도 모두를 행복하게 하진 못하겠지만, 괜찮은 의견이다. 홍콩에 대한 것보다 관대한 규정을 맺을 가능성이 분명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의 이 제안은 양안 갈등을 없애기 위해 대만에도 홍콩과 같은 ‘1국가 2체제’를 만들자는 의미로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랫동안 밝혀온 지론과 일치한다.
시 주석은 2014년 9일 대만에 홍콩과 같은 ‘1국가 2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처음 밝힌 뒤, 2019년 1월2일 ‘대만동포에게 전하는 담화’ 등을 통해 이를 정식 제안했다. 하지만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중국이 영국과 약속을 깨고 홍콩의 민주주의를 압살한 현재 상황을 지켜볼 때 “1국가 2체제는 이미 파탄에 이르렀다”며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한 바 있다.
대만 여론도 마찬가지다. 대만국립정치대학 선거연구센터가 2002년 6월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중국과 통일에 대해 절대 다수 대만인들은 부정적 의견을 가진 것으로 드러난다. 응답자 가운데 ‘영원한 현상 유지’ 의견은 28.6%, ‘일단 현상을 유지하면서 추후 결정하자’는 의견은 28.3%, ‘현상을 유지하면서 독립을 지향해 가자’는 의견은 25.2%였다. 현상 유지를 지지하는 이 세 의견을 더한 합은 82.1%나 됐다. 이에 견줘 중국과 통일하자는 의견은 극히 소수에 머물렀다.
머스크의 돌출 발언에 대해 외신들 역시 부정적 의견을 쏟아냈다. <블룸버그>는 “테슬라가 상하이에 자동차 공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언급은 무시할 수 없다. 사업면에서 복잡한 이해관계를 갖는 부호가 외교에 대해서 공공연하게 발언하는 리스크가 표면화됐다”거 지적했다. <파이낸설 타임스> 역시 이 언급을 전하며 “어떤 사업 결정도 더 이상 안보나 지정학에 대한 고려 없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을 머스크가 깨달았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거나, 그가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을 안다는 단순한 오만함의 표현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 정부는 묘한 반응을 보였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며,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게 명확하다. 우리는 계속해서 평화통일과 ‘1국가 2체제’의 기본 방침을 견지할 것이며, 최대의 성의를 가지고 양안의 평화통일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우크라이나-러시아 평화안. 반대 의견이 더 많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트위터 갈무리.
머스크는 앞선 3일에는 트위터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평화안을 제시하며 이목을 끈 바 있다. 그는 러시아가 최근 합병을 끝낸 우크라이나 남동부 4개주에 대해 유엔(UN) 감시 아래 주민투표를 다시 실시하고, 러시아가 2014년 3월 병합한 크림반도를 러시아의 영토로 인정하며, 우크라이나는 중립국화한다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를 포함한 전 영토를 수복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 발언이 나온 뒤 즉각 트위터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머스크와 러시아를 지지하는 머스크 중에 당신은 누가 더 놓으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트위터 사용자의 59.1% 역시 머스크의 평화안에 반대 의견을 드러냈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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