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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

“식당 매출 50일간 0위안”…성장률 꺾인 중국 ‘봉쇄 딜레마’

등록 2022-04-26 10:59수정 2022-04-26 11:13

신음 커지는 ‘제로 코로나’
1분기 4.8%로 올 목표치 미달
봉쇄 여파 2분기 더 하락 전망
도·소매 판매 3.9%로 뚝 떨어져

당국 경제냐 제로 코로나냐 고심
병원 열악 봉쇄 풀기 만만치 않고
금리 내리면 위안화 하락 커져
“가을 3연임 위한 부양 나설 듯”
23일 봉쇄중인 중국 상하이의 한 거리에 방역 요원이 앉아 휴식하고 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23일 봉쇄중인 중국 상하이의 한 거리에 방역 요원이 앉아 휴식하고 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4.8%.

지난 18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올해 1분기(1~3월) 중국이 달성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다. 애초 시장 예상보다는 높았지만, 지난달 초 중국 당국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목표치 5.5%에는 미치지 못했다. 중국 당국은 “견조한 성장세”라고 자조하지만, 바깥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많다. 특히 상하이와 저장성, 지린성 등의 코로나19 봉쇄 영향이 이번 달부터 본격 나타날 예정이어서, 2분기(4~6월) 성장률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봉쇄로 인한 충격이 식당 등 자영업과 저소득층에 더 민감하게 전달될 가능성이 커 이들이 쏟아내는 불만의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선방? 3월 소매 21개월 만에 마이너스

인구 900만명인 지린성 창춘시의 창춘청년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퉁씨는 벌써 한 달 반째 식당을 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1일부터 전면 봉쇄에 들어간 창춘시는 이달 들어 일부 봉쇄를 해제했지만 아직 상당수 지역이 봉쇄 상태다. 퉁씨는 “봉쇄 전에 하루 매출이 2만위안(380만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50일 가까이 매출이 0원”이라며 “봉쇄가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 2500만명인 상하이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봉쇄가 25일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사실상 전 도시가 마비 상태다. 주민들은 식·음료품 등을 배달받을 수 있지만 원하는 물건을 충분히 살 수 없고 그나마도 공동구매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봉쇄로 인한 타격은 중국 국가통계국이 18일 내놓은 1분기 성장률 통계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농업과 공업 분야 등이 6% 이상 성장하는 등 선방했지만 도소매 판매가 3.9%로 평균 이하고, 숙박 및 음식점업은 아예 마이너스 성장(-0.3%)을 했다. 특히 3월 들어 소매 판매가 3.5% 감소했고, 구체적으로 보면 음식점과 의류, 화장품 판매가 각각 16.4%, 12.7%, 6.3% 급감했다. 중국에서 월별 소매 판매가 감소한 것은 코로나 사태 초기인 2020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소매업종 특성상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봉쇄로 인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22명 발생했다고 발표되자, 시민들이 봉쇄를 우려해 식료품 사재기에 나섰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22명 발생했다고 발표되자, 시민들이 봉쇄를 우려해 식료품 사재기에 나섰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봉쇄 영향 본격화…2분기 더 심각

문제는 2분기(4~6월)다. 상하이는 이번 달부터 봉쇄가 본격화됐고 지린성도 지난달 초부터 한 달 넘게 봉쇄가 지속되고 있다. 장쑤성 쑤저우와 산시성 시안 등 주요 도시들도 최근 봉쇄와 해제를 반복하고 있다. 이달 들어 중국 인구 1억명 이상이 봉쇄됐거나 봉쇄를 경험했다.

봉쇄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방역이 강화되면서 지역 간 이동이 급감했다. 지난 20일 톈진에서 고속열차로 베이징에 온 천씨는 “평소 같으면 기차역이 사람들로 붐볐을 텐데 이날은 사람을 몇 명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3대 연휴 중 하나인 5월1일 노동절에 이동을 자제해달라고 주민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자료를 보면 화물 운송도 급감해, 지난 17일 기준 일주일간 화물차 운송량은 중국 전체로는 전년의 72% 수준이고, 상하이는 16.2%에 불과했다.

내수가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이르는 중국에서 소비의 감소는 성장률의 감소로 직결된다. 이 때문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9일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에서 올해 중국의 성장률을 4.8%에서 4.4%로 0.4%포인트 낮췄다. 제이피(JP)모건과 유비에스(UBS) 등 투자은행들도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0.3∼0.8%포인트 낮춰 4%대 초중반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도 24일 내놓은 ‘해외경제포커스’에서 중국 경제성장률을 4% 중반대로 예측했다.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주민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주민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경기 부양 나서지만…방법 마땅찮아

그동안 경제성장과 관련해 느긋한 태도였던 중국 당국은 긴장하는 모습이다. 중국 경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성장률이 발표되고 하루 뒤인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소비 촉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멍웨이 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1분기 성장률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국내외 환경이 복잡하고 엄혹하다”며 “정말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는 19일 경제 관련 고위 관료로 보이는 ‘권위인사’가 등장해 중국이 직면한 10가지 경제 문제에 대해 답하면서 성장률 달성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중국 경제 전문가인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중국은 여태까지 성장률을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거의 없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달라 보인다. 중국 당국이 성장률 달성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봉쇄 완화, 금리 인하, 재정 지출 등의 방법이 있지만 여의치 않다. 특히 봉쇄 완화는 중국 당국이 선택하기 가장 어려운 대안이다. 중국은 2020년 초 강력한 봉쇄를 통해 사실상 ‘코로나 청정’ 상태를 만든 뒤 2년 가까이 그 효과를 누려왔다. 심지어 2020년에도 중국은 성장률 2.3%로 주요국 중 거의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했다. 오미크론 변이를 맞아 중국의 제로 코로나(칭링) 정책이 한계에 부닥친 모양새지만, 성공적인 코로나19 대응을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체제 승리로 선전해 온 중국이 이를 완화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현재도 중국 관영 매체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생명을 보호하고 경제적으로도 더 효과적이라는 내용의 선전 기사를 계속 내보내고 있다. 중국 백신의 효과가 낮고 병원 시설이 열악해 봉쇄를 완화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도 쉽지 않다. 미국, 유럽 등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금리 인상 모드여서, 금리 차로 인한 외환 유출 가능성이 크다. 실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등 조심스러운 행보지만,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유출되면서 지난 22일 위안화 가치가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가가 직접 투자에 나서는 방법이 남아있지만, 봉쇄 정책으로 인해 그 효과가 충분히 전달되기가 쉽지 않다.

지만수 위원은 “올가을 시진핑 주석이 3연임을 확정 지어야 해, 어떻게든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며 “과거와 달리 중국 정부가 성장에 목매는 정책을 많이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 근교 한국 업체 “공장 봉쇄 돼 못 돌린 지 한달”

장강 삼각주 한국 업체 800곳 타격

중국 도시 몇 곳에 공장을 둔 한 한국 제조업체는 최근 반쪽 운영 중이다. 상하이 근교에 있는 공장이 지난달 말부터 문을 닫으면서 다른 도시의 공장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에 근무하는 간부 김명준(가명)씨는 25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중요한 부품이 상하이 공장에 있어 갖고 와야 하는데, 아예 입구를 막아버려 들어갈 수 없다”면서 “상하이 공장이 봉쇄되며 다른 공장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장 입구를 막았다면, 직원들이 출근을 못 하는 상황인가.

“그렇다. 3월 말부터, 한 달 정도 그런 상황이다. 직원들이 집 밖에도 잘 못 나간다. 시간을 정해서 근처 마트에 가는 정도만 허락된다.”

—아예 회사에서 먹고 자면서 일하기도 하던데?

“우린 제조업이라서, 한두 명이 일해서는 안 된다. 십여 명 이상 일해야 하는데, 허가를 받기 어렵다. 잘 데와 먹을 것 등 준비할 게 많아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업체가 위치한 상하이·난징·항저우 등 이른바 ‘장강 삼각주’에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2020년 조사를 기준으로 한국 업체 약 800여곳이 모여 있다. 대부분 회사 문을 닫은 채 봉쇄 해제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공장이 문을 닫으면, 설계→생산→판매로 이어지는 순환망 중에 생산 부분이 멈추면서 다른 부분 운영에도 영향을 준다.

물동량 기준 세계 1위인 상하이항은 현재 운영 중이긴 하지만, 컨테이너를 연계할 트럭이 없어 부하가 가중되고 있다. 수입품을 싣고 상하이항으로 들어온 컨테이너선이 대기하는 기간은 평균 8.3일로 봉쇄령 이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이를 정상화하는데 수주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상하이 시 당국이 지난 20일을 기점으로 봉쇄를 완화할 것이라는 소식이 퍼졌지만,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봉쇄가 5월, 자칫 6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소문도 돈다. 중국 정부는 최근 반도체·자동차·바이오 등 대형·첨단 업종을 중심으로 상하이 공장의 재가동을 허용했지만, 규모가 작은 업종이나 전통 업종에 대해서는 봉쇄를 지속했다. 한국 업체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손해가 클 거 같다. 상하이 당국은 자영업자에게 6개월치 임대료 지원을 한다던데?

“지역마다 다른 거 같다. 여기는 엄밀히 상하이는 아니다. 임대료 지원은 아니고 세금 납부를 몇 달 연기해 준다는 것 같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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