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부터 봉쇄에 들어간 중국 상하이 푸동 지역의 한 주거단지에서 주민들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고 있다. 상하이/AFP 연합뉴스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인구 2600만명의 상하이가 지난달 봉쇄된 이후 이민을 고민하는 중국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 ‘제로 코로나’(칭링)를 내세운 중국 당국의 강력한 방역정책에 대한 거부감을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8일 <파이낸셜 타임스>의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내 이민 알선업체에는 지난달 28일 상하이 봉쇄 직후부터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봉쇄 직후부터 1주일 동안 중국 누리꾼들의 이민 관련 검색도 큰 폭으로 늘었다. ‘캐나다 이민 조건’ 검색은 2846% 급증했고, ‘어디로 출국하는 게 좋을까’와 ‘말레이시아 이민 방법’을 묻는 검색도 각각 2455%와 2431%나 늘었다.
이런 현상은 중국 내 가입자만 10억명에 이르는 소셜 미디어 위챗에서도 두드러진다. 위챗의 검색지수를 보면, 상하이 봉쇄 1주일 만인 지난 3일 하루에만 무려 5천만명에 이민 관련 내용을 검색했다. 위챗 가입자 20명 가운데 1명 꼴로 이민에 관심을 보였다는 뜻이다.
신문은 현지 이민 알선업체 관계자의 말을 따 “코로나19 감염 위험과 반중 감정 등 때문에 이민 계획을 연기 또는 취소했던 고객들이 돌아오고 있다”며 “유행성 독감보다 약간 더 증상이 심한 정도인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당국이 주민들의 일상을 희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몇 주 새 엄청나게 많은 문의가 들어와 제때 답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이후 35만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하이에선 17일에도 2417명이 새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 무증상 감염자(진단검사 결과 양성이 나왔지만 발열 등 증세를 보이지 않는 사람)도 1만9831명에 이른다. 봉쇄가 4주째로 접어들었음에도, 확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달 봉쇄 이후 이민을 준비 중이라는 상하이 거주 30대 전문직 여성은 신문에 “먹을 거리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이렇게 오랜 기간 집에 갇혀 지낼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봉쇄로 불안감이 커졌고, 언제든 자가 격리에 처해질 수 있다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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