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부장 중국 외교부 누리집 갈무리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우크라이나에게 “몹시 애석하다”(痛惜)는 뜻을 밝히며 ‘대화’(谈判)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전략적 협력자인 러시아에 대한 노골적 비판을 삼가면서도 전쟁엔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드러낸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1일 보도자료를 내어 왕이 외교부장이 이날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 전화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상황의 급격한 변화에 대해 언급하면서 중국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에 분쟁이 발생한 것에 대해 몹시 애석하게 생각하고, 민간인들에게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 극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왕이 부장은 이어 양국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은 이번 러시아의 침공 이후 미국과 유럽이 잇따라 발표하는 러시아 제재엔 동참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쟁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려는 러시아의 행동에 대해선 반대한다는 의사를 거듭 밝혀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개전 이틀만인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전화 회담에서도 “냉전의 정신을 버리고 모든 국가들이 정당한 안전보장상의 우려를 중시하고 존중해 교섭을 통해 균형잡히고, 효과적이며, 지속가능한 유럽의 안전보장체제를 형성해야 한다”며 “중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모든 국가들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존중하고 유엔(UN) 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준수한다는 중국의 기본적 입장은 일관돼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느끼는 안보상의 불만에 대해선 이해하지만, 전쟁을 금지한 유엔 헌장을 무시해가며 전쟁으로 문제를 풀려는 러시아의 방식엔 중국도 동의하기 어렵다는 뜻을 에둘러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주 유엔 안보리에서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결의안에 대해 반대하지 않고 기권했다.
중-러 회담 이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8일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국경 지역에서 첫 고위급 회담을 열고, 수일 내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이날 회담에서 쿨레바 외교장관은 왕이 부장에게 중국이 러시아의 침공을 중단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왕이 부장은 폭력을 종식시키기 위해 외교적으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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