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군사작전을 승인한 직후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 외곽에서 탱크가 시내 쪽으로 진입하고 있다. 마리우폴/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하면서, 최근 러시아와 밀착 행보를 과시해 온 중국의 향후 움직임에 눈길이 쏠린다. 중국 외교가 ‘지정학적 실용주의’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들기보단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며 당분간 사태를 관망할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우크라이나에서 혼란이 장기화하는 것을 원치는 않을 테지만,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발목이 잡히는 것도 중국으로선 나쁘지 않은 상황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병력을 증강 배치하기 시작한 이후 그간 중국이 내놓은 입장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러시아의 ‘합리적 안보 우려’를 존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냉전의 유물’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냉전이 끝난 뒤에도 동유럽 일대로 확장을 지속한 것이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키워 현 사태를 불렀다는 얘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도 ‘나토 확장 반대’를 명시했다.
둘째, 모든 국가의 주권·독립·영토는 보전돼야 한다는 점이다. 왕이 중국 외교 부장도 지난 19일 뮌헨안보회의 화상 연설에서 “모든 나라의 주권·독립·영토를 보전하는 것은 유엔 헌장에 따라 만들어진 국제관계의 기본 원칙이며, 우크라이나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셋째, 사태 악화의 책임은 우크라이나 안팎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공포를 조장하고, 전쟁 위기를 부풀려 온 미국에 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한편으로 불에 기름을 계속 끼얹으면서, 다른 한편으로 ‘왜 불을 열심히 끄지 않느냐’고 주변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도덕적인 행태”라고 말했다.
지난 2014년 3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했을 때도 중국은 엇비슷한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당시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모든 국가의 주권·독립·영토 보전을 존중한다”며 “관련 당사국은 자제하고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아야 하며, 법과 질서의 틀 안에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사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중국은 크림반도 합병과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총회의 비판 결의안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신 기권표를 던졌다. 또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공식 승인하지도 않았다. 다만 같은 해 5월 러시아와 4천억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의 경제제재 효과를 상쇄시킨 바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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